“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됩니다.”(A위원)
“주택 가격이 오르면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B위원)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11일 열린 금통위는 부동산 대책 회의를 방불케 했다. 신성환 장용성 유상대 황건일 김종화 이수형 위원 등 통화정책방향 회의에 참석한 금통위원 여섯 명 전원이 부동산시장 과열을 우려했다.
당시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대다수 금통위원은 (금리 인하) 기대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를 이례적으로 표명했다.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는 위원들의 우려가 세세하게 담겼다. A위원은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높아지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며 “고금리 기간에 경제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과감히 이뤄내지 못한 것이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C위원은 “전반적인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이는) 주거비 상승으로 연결돼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D위원은 “주택 가격 상승에 수반해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위원과 F위원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이 금융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에 대해서도 토론이 있었다. 한 위원은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정책금융 확대 등으로 매수심리가 호전된 것’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전세 계약의 만기 도래가 주택 가격을 높이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