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2024 국내 비즈니스 환경 인사이트 리포트’를 30일 발간했다. 한국과 미국이 산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9개 분야의 주요 이슈와 동향을 102쪽에 걸쳐 조명했다. 외국 기업이 느끼는 고충과 규제를 해소해야 한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비즈니스 허브로 거듭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암참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주류 시장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TV 광고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큰 고충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농업·식음료 분야에서 특정 식품을 TV에 광고하지 못하는 점도 과한 규제로 꼽았다. 한국에선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TV 광고를 오후 5~7시에 내보낼 수 없다. 어린이 시청자가 해당 시간에 TV를 많이 본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암참은 “광고 금지 효과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또 자동차 분야에선 전기차 보조금 수립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암참은 “매년 전기차 보조금 기준이 바뀌어 예측이 어렵다”며 “수입차 업체와는 전기차를 국내 출시하기 전에 6개월 이상 본사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저온에서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시험하는 방식이 미국과 달라 조화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자동차 보유세를 부과하는 기준을 배기량에서 가격으로 개편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분야에선 이산화탄소 수송과 저장에 대해 양국 협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민간 기업이 전력 인프라에 투자할 기회를 줘 국가 재정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도 적었다. 항공·우주·방위 분야에선 한국이 ‘대미(對美) 방위 산업 조달 프로세스’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간소화하고 예측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암참은 또 화학물질, 디지털 경제,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도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지금은 대한민국이 아·태지역의 선도적인 비즈니스 허브로 부상할 절호의 기회”라며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할 수 있도록 국내 경영 환경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보고서 내용은 암참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