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기업도 아프다

입력 2024-08-06 06:00

한여름에 그만 감기에 걸렸습니다.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에는 독한 감기를 다스리기 위해 항생제, 궤양 치료제, 만성염증과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진해거담제 & 기침감기약, 비염 & 콧물약 등이 급히 소집된 모습이 보이네요.

사실 사람만 아픈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기업도 몸살을 앓으며, 아픔을 호소하니까요. 최근 티몬·위메프 정산 중단 사태만 봐도 기업이 얼마나 생물처럼 취약한지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해당 기업의 아픔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는 물론 소상공인과 내수 위기까지 불거진 상황이니 말이죠.

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는 큐텐입니다. 큐텐 대표는 지마켓 신화로 유명한 구영배 대표죠. 구 대표는 큐텐의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는 욕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의 몸집 불리기가 필요했죠. 2022년 9월 주식 교환 형태로 티몬을 인수합병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위메프(2023년 4월), 미국 쇼핑몰 위시(2024년 2월), AK몰(2024년 3월) 등 적자 기업을 줄줄이 인수합병(M&A)합니다.

기업의 내재가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큐텐의 경우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한 다음 개발과 재무 파트를 흡수 통합한 후 영업본부만을 남겨놓고 가혹한 판매 경쟁에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가 조용히 몸살을 앓은 시점도 이때였던 것 같습니다. 곪았던 상처는 금세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터졌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아픔이 단순히 개별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고, 이커머스 시장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쳐 내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단순히 레고 장난감을 덧대 조립해 끼우듯 막무가내식으로 진행한 M&A에는 문제가 없었을까요?

최근 M&A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천을 위한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곤 합니다. 현재 영위하는 사업에 본질적 ESG 이슈가 있을 때 이를 M&A를 통해 보완함으로써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합니다. 일종의 기업 성장을 위한 처방전을 받는 셈이죠.

이에 〈한경ESG〉는 8월호 커버 스토리 ‘ESG M&A 대해부’에서 최근 주목받는 ESG M&A 상황을 살펴보고 기업 인수 전략과 기업가치 제고에 이르기까지 ESG M&A의 막전 막후를 담아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이 아프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나갈 수 있는 처방전도 제시해봅니다.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