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한 번 '폐지' 뜻을 공식화하면서다. 정부와 여당이 폐지를 두고 입장을 모은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금투세 유예·조정론이 등장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배당을 비롯한 적극적인 주주 환원을 유도하는 세제 인센티브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자본시장은 개인 투자자 1400만명과 그 가족들까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자본시장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기업에 투자한 국민들이 기업의 성장에 따라 늘어난 수익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경제 성장과 시대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채 25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상속세의 세율과 면세 범위를 조정하고, 자녀공제액도 기존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확대 중산층 가정의 부담을 덜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도로 공을 넘기면서도 윤 대통령은 의견 합치를 당부했다. 금투세 폐지를 위해선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야당이자 다수당인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에 공식적으로 반대 중인 만큼 금투세 폐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의 금투세 폐지 법안이 국회 문지방을 넘으려면 170석을 쥐고 있는 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의 역동적 성장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는 정부와 국회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정이 한 목소리를 내면서 최근 들어 금투세 폐지 여론은 한층 힘을 얻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앞서 최근 기자간담회와 청문회에서 잇따라 금투세 폐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금투세는 주식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며 "부자 감세가 아닌 투자자 감세"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 문제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테이블에 올리고 깊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부자 감세'를 근거 삼아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들어 당내 균열이 생겼다. 당대표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이재명 후보가 유예론을 거론해서다. 폐지와 유예 등 각론에선 이견이 있지만 총론으로 보면 결국 '이대로 시행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 후보는 "최근 "한국만 주가가 떨어져 소액 투자자들 피해가 크다"며 "금투세 유예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큰 틀에서는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당내 컨센서스가 이뤄진 상태"라면서도 "국민적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당의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지도부 방침이나 의중을 감안해 당내 총의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