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계속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요즘 실감해요. 교외로 나갔던 친구 중에 집을 팔고 도심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은데, 집 팔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죠.”
은퇴 후 서울의 한 도심형 시니어주택에 거주 중인 임모(73) 씨는 요즘 교외로 나가지 않은 것을 나이 들어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은퇴 후 주변의 권유대로 전원주택이나 시니어타운에 입주할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의료 등 도심 인프라를 최대한 누려야 한다는 생각에 비용을 더 들이고서라도 도심형 시니어주택에 거주하기로 했다. 임 씨는 무엇보다 살던 지역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임 씨의 사례처럼 최근 시니어 인구 사이에선 살던 지역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국토연구원이 전국의 60세 이상 고령자 847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5.5%는 '현재 살고 있는 집 또는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에 맞춰 정부도 수도권 신도시 등에 대규모 시니어 타운을 조성키로 하는 등 도심형 시니어 주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동탄 등 수도권 신도시 실버타운 조성정부는 지난달 23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의 인구감소지역에는 그동안 금지됐던 ‘분양형 실버타운’을 도입하고, 도심 지역인 수도권에는 기존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대규모 시니어 레지던스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경기 화성 동탄2지구를 비롯해 수도권 신도시 택지 3곳 이상에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주택도시기금 공공지원 민간임대 융자 지원에 리츠를 통한 자금 지원 방안도 함께 공개됐다.
개발업계에선 분양형은 아니지만, 도심 지역에 도입된다는 시니어 레지던스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레지던스는 기본적으로 임대료가 높은데, 지방에 조성하면 수요자인 노년층이 높은 비용을 내고 들어오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수요 높은 신도시권에 조성한다고 하니 사업성이나 수요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니어 레지던스는 고양 덕양구 창릉과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에 유치될 가능성이 높다. 3기 신도시는 자연녹지지역 비율이 30%가 넘는데, ‘노유자시설’로 분류되는 노인복지주택은 자연녹지지역 내 건설이 가능해 개발 여력이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이미 경기도와 GH(경기주택도시공사)는 남양주 다산진건 공공주택지구 내 일반상업용지에 최초로 중산층용 시니어주택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높아진 수도권 시니어 수요에 맞춰 개발이 한창이다.
MDM, 국내 최대 규모 시니어 타운 공급앞서 리츠(부동산투자회사) 형식으로 수도권 시니어 타운 조성에 나선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MDM은 화성 동탄2지구에 2조원 규모 시니어 타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성될 시니어타운은 국내 최대 규모로, 헬스케어 리츠(REITs)를 통해 조성돼 일반인도 공모를 통해 투자가 가능하다.
사업이 완성되면 화성동탄2지구 내 18만㎡ 부지에 시니어주택 2000가구를 포함해 오피스텔과 의료, 업무, 상업, 문화시설 등이 결합한 복합주거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2026년 상반기에는 착공을 시작해 2029년 준공 및 입주가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시니어주택이 조성되는 사업지는 각종 광역 교통망이 함께 갖춰져 입주자의 광역 이동이 편리해질 전망이다. 사업 대상지는 수서고속철도(SRT)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동탄인덕원선(2029년 예정), 동탄 도시철도1·2호선(2027년 예정) 이용이 가능한 동탄역으로부터 차량 10분 거리에 있다.
입주 앞둔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MDM이 앞서 조성에 나선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은 수도권 신도시에 조성될 시니어 타운을 미리 엿볼 수 있는 단지로 꼽힌다. 단지는 의왕시 학의동에 2개 단지, 1378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특징으로는 만 60세 이상만 입주 가능한 호텔식 실버타운인 ‘스위트’(전용면적 61·84㎡ 임대주택 총 536가구)와 분양형 하이엔드 오피스텔(전용면적 99·119㎡ 842실)이 복합 개발되는 세대공존형 대규모 주거단지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단지는 청계 IC가 바로 옆에 자리해 광역도로교통망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천봉담도시고속화도로 및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를 통해 강남권을 20분대 접근할 수 있고, 분당 및 판교, 과천, 안양 등도 10분대에 접근 가능하다. 서울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이 인접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과 향후 개통될 월곶판교선(예정), 동탄인덕원선(예정) 등의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
단지는 내부에 24시간 토탈 라이프케어 프로그램인 ‘클럽 포시즌’이 계획돼 있다. 시설 내 24시간 간호사 상주 등 의료 서비스를 비롯해 법률·회계·여행 서비스 등이 단지 내에서 제공된다. 25m 길이 실내수영장과 골프연습장, 피트니스, 호텔식 사우나 등도 조성해 수도권 고급 주거단지에 맞는 커뮤니티도 제공한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