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 미리 내정해뒀나?…이래AMS, '깜깜이 매각' 논란

입력 2024-07-30 16:38
이 기사는 07월 30일 16: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이래AMS(옛 한국델파이) 매각 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매각자가 인수 후보군에게 실사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결과다. 주식 매매계약서에 진술·보증 조항도 넣어줄 수 없다고 버티면서 인수후보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인수자를 이미 내정해놓고, 다른 후보들을 '들러리'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래AMS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8곳의 인수 후보자들은 이달 초부터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 후보자들은 한 달 동안 실사를 진행한 뒤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업계에선 예상보다 많은 후보자들이 LOI를 제출한 만큼 이래AMS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래AMS와 매각 주관사인 삼화회계법인이 기본적인 실사 자료도 영업 비밀을 유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공하지 않으면서다.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의 관계자는 "실사 자료에는 기본적인 사업계획도 담겨있지 않다"며 "매각 주관사는 무성의한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LOI를 제출한 다른 관계자도 "자문을 맡긴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모두 받은 자료가 없어 실사를 진행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매각할 의지가 있는 건지조차도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매각 측은 구체적이 내용이 담긴 실사 자료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매각 측 관계자는 "이래AMS의 경쟁업체들도 입찰에 참여한 만큼 수주 내역 등 경영상의 비밀이 담긴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실사 자료로 제공하긴 어렵다"며 "본입찰을 거쳐 우협으로 선정된 인수 후보자에겐 요청하는 자료를 모두 제공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매각 측이 주식 매매 계약서에 진술·보증 조항을 넣을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진술·보증은 매각 측에서 제공한 설명과 자료가 향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입증되면 이에 대해 손해배상을 약속하는 조항이다. 인수 측이 정보 접근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일반적으로 주식 매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진술·보증 조항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한 대형 법무법인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진술 및 보증은 매각 측이 '이번 거래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수준의 기본적인 조항"이라며 "이를 넣을 수 없다는 건 대놓고 거짓말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매각 측은 회생기업 M&A 특성상 진술 및 보증 조항을 넣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생기업 M&A의 경우 일반적으로 감자 후 인수 측이 유상증자 형태로 인수 자금을 넣기 때문에 거래가 종료되면 매각 측과 인수 측이 한 몸이 된다. 이런 형태의 거래에선 진술 및 보증 조항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 이미 매각 측과 한 인수 측이 한 몸이 돼 손해배상을 청구할 대상이 자기 자신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자들은 이번 거래는 회생기업 M&A가 아니기 때문에 진술 및 보증 조항이 빠질 이유가 없다고 반박한다. 한 인수 후보군의 자문을 맡고 있는 관계자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건 이래AMS가 아닌 모회사인 이래CS"라며 "이번 거래는 이래CS의 채권 변제를 위해 이래CS가 보유한 이래AMS 구주를 매각하는 일반적인 경영권 매각 거래이기 때문에 회생기업 M&A라며 진술 및 보증 조항을 뺀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인수 후보자들은 매각 측이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를 내정해놓고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후보군의 인수 의지를 꺾기 위해 매각 측이 실사 자료를 부실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의혹은 매각 측이 매각 주관사로 빅4 회계법인이 아닌 로컬 회계법인인 삼화회계법인을 선정했을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매각 측이 컨트롤 가능한 로컬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실사를 부실하게 진행하고, 이미 내정해놓은 인수 후보자에 회사를 넘기는 시나리오를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