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그늘에 누워, 갈매기 우는 바닷가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숲에서 피서한다. 일과 휴식의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핫 여름 아닌가
대부도는 경기도의 보석 같은 섬이다. 도심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섬에 들어서는 순간 번잡함은 금세 사라지고 만다. 섬이 워낙 큰 데다 곳곳에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명소가 알알이 박힌 덕분일 것이다. 대부도에서 여름 피서지로 단연코 사랑받는 곳은 방아머리 해변이다. 섬 진입로에 자리해 누군가에게는 대부도 여정의 처음이자 모든 것이 되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해송 숲이 우거진 방아머리 해변은 단단하고 넓은 백사장이 완만하게 펼쳐져 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무리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해변을 향하고, 오랜만에 만난 듯한 가족들은 소나무 그늘에 모여 그간의 일들을 풀어놓느라 바쁘다.
오가는 사람들을 느긋이 지켜보는 해변의 갈매기도 여름이 온 것을 아는 듯하다. 대부도는 방아머리 해변을 비롯해 섬 구석구석 볼거리가 다양하다. 평화롭고, 한적하게 대부도 구석구석을 누비고 싶다면 대부해솔길이 제격이다.
해안길을 따라 대부로를 한 바퀴 순환하는 트레킹 코스로 총 91km, 10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1코스는 방아머리 해변에 위치한 대부도관광안내소를 출발점으로 한다. 11.5km에 걸쳐 구봉약수터, 낙조전망대 등을 돌아보는 데 약 3시간이 소요된다. 대부해솔길 10개 코스 따라 대부도 한 바퀴
4코스의 종착지인 유리섬박물관, 5코스의 시작점인 베르아델 승마클럽은 대부도의 이색 관광 명소기도 하다. 4만3000㎡의 규모의 유리섬박물관은 국내외 유리조형 작가들의 대중회화, 조각, 도조(도예), 장신구 공예, 디자인, 일러스트 등의 작품과 함께 극장식으로 제작된 스튜디오에서 유리조형 작가의 유리공예 시연도 관람할 수 있다.
유리섬박물관에서 차로 2분 거리에는 여러 드라마의 무대가 된 베르아델 승마클럽이 자리한다. 클럽하우스, 너른 초원의 실외 마장, 펜션, 캠핑장 등을 갖추고 있어 대부도에 왔다면 꼭 한 번 들러봄 직하다. 메인 건물인 골든 돔은 코치의 지도로 승마체험이 이뤄지며, 알뜰한 보살핌을 받는 말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대부해솔길 6코스 종착지는 바다향기수목원, 그 이름처럼 바다의 향기와 수목의 정취를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특별하다. 수목원은 101만㎡(약 30만 평) 규모로 상상전망대, 돌틈정원, 허브원, 바다너울원 등 20개의 주제원과 무장애 꽃길, 유실수원, 무궁화원, 전시관 등 13개의 소제주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름의 바다너울원에는 고즈넉한 연못에 수려한 연꽃이 만개하고, 길목에는 백합 향기가 짙어 미소를 자아낸다.
대부도 여행의 대미는 탄도(항), 대부해솔길 마지막 7-1코스의 시작점이 되는 곳이다. 탄도는 대부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으로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바닷길을 따라 십여 분 거리의 누에섬까지 가볼 수 있다.
탄도 바닷길은 하루 두 차례 썰물 때면 점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닷길을 들어서기 전에는 입구에 누에섬 물때 시간표를 꼭 확인할 것. 거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바닷길을 걷노라니 아찔한 기분마저 든다.
정상미 한경매거진 기자 vivi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