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유도가 아니다"…이원희·최민호가 소환된 까닭 [2024 파리올림픽]

입력 2024-07-30 07:00
수정 2024-07-30 07:04

"유도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내가 아는 유도는 이런 게 아니다."

유도 여자 57㎏급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는 과정을 지켜본 유도팬들 대다수의 발언이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의 연장 혈투는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연장전에 들어가기 전 이미 지도 2개씩을 받은 두 선수는 아슬아슬한 경기를 이어 나갔다. 지도 3개를 받으면 그대로 반칙패다. 연장전 시작 2분 15초께 두 선수는 소매를 하나씩 맞붙잡고 치열한 기 싸움을 펼쳤다. 먼저 공격에 들어간 쪽은 허미미였다.

허미미는 오른쪽 어깨를 집어넣어 메치기를 시도했고 이것이 먹히지 않자 곧바로 일어나 반대쪽 메치기를 시도했다. 수세를 취하던 데구치는 뒤쪽으로 이동하며 허미미의 공격을 피했다.

심판의 판단은 허미미의 '위장 공격'이었다. 위장 공격이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도 그런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면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준다.

허미미를 누른 데구치는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데구치는 지도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어려운 질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데구치는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면서도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바꿔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도팬들은 위장 공격 판정을 받지 않기 위해 경기 내내 잡기 싸움이나 벌이고, 툭 하면 심판만 처다보는 현 유도 상황에 "이 건 스포츠가 아니다"라며 실망한 반응이 역력한 분위기다. 각종 스포츠 커뮤니티에서는 '올(All) 한판승'으로 시원시원하게 금메달을 따냈던 이원희(2004년 아테네올림픽), 최민호(2008 베이징올림픽)의 하일라이트 동영상을 보며 "이런 게 진짜 유도"라고 아쉬워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송종현 한경닷컴 뉴스국장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