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먹고살기도 빠듯한데 무슨 돈이 있다고!'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매월 빠져나가는 각종 사회보험료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든 적 있으신가요?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여론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20세 이상 1034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현재 소득 대비 연금 보험료 수준이 부담된다'는 응답이 무려 72.7%에 달했습니다.
'보통이다'는 22.0%,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5.3%에 그쳤는데요. 국민연금은 월 소득 상한선을 두고 그 안에서만 보험료를 거두지만 이와 별개로 국민들의 체감 부담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영세 사업장에 다니는 근로자나 그 사업주에겐 보험료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런 점을 고려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주와 소속 근로자를 위해 사회보험료(국민연금·고용보험) 일부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사업주가 신청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빼놓지 말고 챙기는 게 좋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운영하는 이 지원 제도는 이른바 '두루누리'(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라고 불립니다. 사회보험의 혜택을 온 국민이 두루두루 누리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다시 말해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국민연금은 대표적인 노후준비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는데요.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에 가입된 사업장은 약 235만5000곳으로 통계청이 전국사업체조사를 통해 집계한 국내 전체 사업체 수(작년 말 기준 약 694만곳)의 3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은 국민연금에 100% 가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국민연금 가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근로자 수가 '10명 미만'인 사업장에 고용된 근로자 중 '월평균 보수 270만원 미만'인 신규 가입 근로자와 그 사업주를 대상으로 사회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신규 가입자란 두루누리 신청일 직전 6개월간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자격취득 이력이 없는 근로자를 말합니다.
근로자 수가 10명 미만인 사업이란 지원 신청일이 속한 보험연도의 전년도에 근로자인 피보험자 수가 월평균 10명 미만이고, 신청일이 속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10명 미만인 사업을 뜻합니다. 전년도 근로자 수가 월평균 10명 이상이지만 신청일이 속한 달의 직전 3개월 동안 근로자 수가 연속해서 10명 미만인 사업도 해당합니다. 근로자 수를 산정할 때는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제외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보험료 지원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신규 가입 근로자와 사업주가 부담하는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의 80%가 지원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지원신청일이 속한 보험연도의 전년도 재산 과세표준액 합계가 6억원 이상이거나 종합소득이 4300만원 이상이라면 지원에서 제외됩니다.
만약 두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하지 않아 지원 대상이 됐다면 3년간 보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업장 규모가 10명 미만인 곳에 다니는 근로자의 월평균 보수가 240만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4.5%씩 부담해 총 9%입니다.
지원이 없다면 신규 가입자는 10만8000원(240만원×4.5%)을 직접 부담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신규 가입자를 고용한 사업주도 10만8000원(240만원×4.5%)을 내야 하죠. 하지만 두루누리 제도를 이용할 경우 사업주와 근로자는 각각 8만6400원(10만8000원×80%)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한 달에 17만2800원을, 3년간 622만800원을 아낄 수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혜택이 큰 두루누리 제도를 통해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받은 근로자 수는 지난해 약 91만8900여명에 달했습니다. 지원 사업장 수는 54만2700여곳, 지원금은 6864억원이었습니다. 두루누리 제도가 시행된 2012년 7월 이후 작년까지 지원 실적을 보면 총 206만개 사업장의 873만명 근로자에게 총 7조2806억원이 지원됐습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