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가 12년 만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며 부활을 알렸다. 주인공은 신유빈(20)과 임종훈(27)이었다.
신유빈-임종훈이 손잡은 한국 탁구 혼합복식 대표팀은 30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를 게임스코어 4-0(11-5, 11-7, 11-7, 14-12)으로 압도했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혼합복식은 대한탁구협회가 전략적으로 육성한 종목이다. 협회는 일찌감치 신유빈과 임종훈의 기량을 알아보고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이들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8강에 그쳤지만, 올 5월 2024월드테이블테니스(WTT) 컨텐더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6월 WTT 라고스 대회에서 차례로 금메달을 따며 상승세를 탔다.
신유빈과 임종훈은 16강전에서 당치우-니나 미텔함 조(11위·독일), 8강전에서 오비디우 이오네스쿠-베르나데트 쇠츠 조(8위·루마니아)를 연파하며 준결승전에 올랐다. 준결승전에서는 중국의 왕추친-쑨잉사 조에 2-4로 석패했다. 경기를 마친 뒤 신유빈은 “잘 싸웠어도 진 건 진 것”이라며 “메달 획득이 걸린 중요한 경기가 남았으니 착실하게 준비하고,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신유빈과 임종훈은 내내 홍콩을 압도했다. 왼손잡이 임종훈과 오른손잡이 신유빈은 둘 다 오른손잡이인 홍콩의 백사이드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서브와 리시브, 예리한 공격까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홍콩팀을 밀어붙이며 순식간에 3세트를 따냈다.
침착하고 차분한 임종훈과 톡톡 튀며 적극적인 신유빈의 조합이 빛을 발했다. 신유빈이 적극적인 공격으로 상대의 기를 꺾으면, 임종훈은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홍콩팀을 밀어붙였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중국 팬들이 홍콩 조를 일방적으로 응원했지만 신유빈과 임종훈은 흔들리지 않았다.
홍콩은 4세트에서 반격에 나섰다. 한때 리드를 내주기도 했으나 신유빈과 임종훈이 끝까지 따라붙으며 세 차례나 듀스가 이어졌다. 13-13으로 팽팽한 접전이 이어진 순간, 임종훈의 서비스 이후 홍콩의 미스가 나오면서 마침내 동메달을 확정지었다.
3년 전 17세의 나이로 도쿄올림픽에 선 신유빈은 당시 단식 32강에서 두호이켐에게 패배했던 아픔을 이번 경기로 설욕했다. 파리에서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임종훈은 다음달 19일 입대할 예정이었으나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까지 누리게 됐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