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가해 운전자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석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12분까지 약 40분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등 혐의를 받는 차모(68)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차 씨는 이날 오전 9시43분께 법원에 출석하면서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들께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차 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을 몰고 나오던 중 속도를 높이며 역주행해 인근 인도와 횡단보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서울시청 직원 2명과 은행 직원 4명, 병원 용역업체 직원 3명 등 9명이 숨지고 차 씨 부부를 포함해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24일 범죄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해 규모가 크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차 씨가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점도 고려됐다. 검찰은 지난 26일 경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사흘만인 지난 4일부터 19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차 씨는 조사에서 줄곧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 당시 차 씨의 신발을 감식한 결과 액셀 페달 흔적이 남아 있었다는 감정 결과를 지난 28일 발표했다. 국과수에 따르면 액셀을 세게 밟은 상태에서 사고 등으로 강한 충격이 가해질 경우 마찰이 생겨 신발에 흔적이 남을 수 있다. 국과수는 사고 당시 차량 속도가 시속 100㎞ 이상 올라간 사실도 확인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