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 대표 체제로 새로 출범한 국민의힘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의 예산과 조직을 확대 개편한다. 여론 조사 및 단기적인 당략에 치우쳤던 조직 기능을 중장기 정책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여연의 경쟁력 약화가 지난 4월 총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온 가운데 국민의힘이 싱크탱크 역할을 복원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싱크탱크에 청년 파트 신설
한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여연을 세 개로 사실상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목표는 여연이 더 유능해지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민심(여론조사) △민생(정책) △청년(청년 정치 육성) 등 세 가지 파트로 나눠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중점을 둔 것은 정책 부분이다. 그는 “지금 민생 정책 개발은 민심 파악 기능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민생 정책 개발 기능을 별도로 분리해 외부 논객의 ‘아웃소싱’도 강화하고 전문가도 더 좋은 대우로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여연에 투입되는 예산을 키우겠다는 게 한 대표의 구상이다. 지난해 기준 여연의 예산은 80억여원으로, 상당 부분이 여론 조사 등에 투입됐다. 확대 편성한 예산으로 박사급 연구원을 늘리고, 민생 정책 개발을 위한 아웃소싱과 전문가 섭외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청년 정치 기능도 확대하기로 했다. 그는 이날 “국민의힘이 나아갈 길은 청년”이라며 “사무처에서 청년국을 많이 담당해왔지만, 정치자금법이나 관련 법제의 촘촘한 그물망에 한계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정당 차원에서 청년 관련 교육이나 행사를 할 경우 준비 과정에서 각종 규제가 많다. 여연에 청년 정치 지원 책임자를 두고, 수시로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통화에서 “그동안 여연은 필리버스터 대응 같은 눈앞의 단기 전략을 만드는 데만 매몰돼 있었다”며 “‘싸움의 기술’ 대신 중장기 정책을 마련하자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인사와 외부 전문가, 청년을 잇는 하이브리드 조직으로서 여연의 정체성을 재편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두뇌 싸움 뒤처진 與…‘고인물’ 바뀔까여연은 수년 전부터 국민의힘의 ‘아픈 손가락’으로 지적돼 왔다. 당장 인력 수준만 봐도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기준 여연의 박사급 연구원은 2명에 그친 데 비해 민주연구원엔 20명이 근무 중이다. 지난해 연구개발 실적도 여연은 65건으로 민주연구원(77건)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총선 때도 인력이 부족해 빅데이터 분석을 여연 대신 유경준 의원실에서 도맡기도 했다.
이미 ‘고인 물’이 된 조직을 뜯어고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특히 ‘알음알음’ 방식의 인력 채용이 상시화되다 보니 구조조정부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른 직무와 겸임하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인력도 많다는 게 당 안팎의 얘기다. 여연에 몸담았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연의 유일한 해결책은 조직을 해체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며 “정무적 사안 대응은 당 기획조정국에 맡기고, 여연은 중장기적 아젠다 세팅을 하는 조직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소람/설지연/한재영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