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의 AI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플랫폼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환자별로 약을 처방하기 전에 어떤 치료법이 좋을지 알려주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의뢰 건수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루닛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분석 의뢰 건수가 5000건을 돌파했다고 29일 밝혔다. 루닛 스코프는 암 환자의 조직을 AI로 분석해 면역항암제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예측해주는 플랫폼이다. 특정 약을 사용하기 전에 약효를 볼 수 있는 환자를 미리 선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핵심이다.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루닛 스코프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특정 약물이 잘 듣는 환자군을 제대로 모집하면 임상 비용을 줄이고 약물 치료 반응률을 높일 수 있다.
루닛이 이번에 공개한 수치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 7곳을 포함해 다수의 대형 제약사로부터 받은 의뢰 건수만 집계한 것이다. 연구자 주도 임상이나 해외 대형병원으로부터 의뢰받은 건까지 포함하면 1만여 건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미국 텍사스대 의과대학 MD앤더슨 암센터와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치료 효과 향상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비영리 암 연구기관 등을 비롯한 주요 암 연구기관의 협력 문의가 특히 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미국 및 유럽 소재 글로벌 제약사에서 보낸 환자 샘플은 해외 루닛 스코프 서버를 통해 분석된다. 분석 결과는 연구 목적(RUO)으로 사용되며 이를 통한 연구용 매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루닛 스코프의 매출 대부분이 일회성 마일스톤에서 나왔지만, 올해 초부터 연구용 매출이 마일스톤을 넘어섰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올해부터 연구용 매출이 채워지며 건실한 매출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루닛 스코프는 면역항암제뿐 아니라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다양한 항암제 개발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항암제와 함께 동반진단 모델로 인허가를 받는 것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