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터널' 빠져나오는 SKC…1900억 긴급수혈

입력 2024-07-31 10:33
수정 2024-08-01 09:31
이 기사는 07월 31일 10: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C는 '미운오리 자회사'로 마음 편할 날이 없다. 2009년 휴대폰 브랜드인 ‘W폰’, ‘조인성폰’을 앞세워 핸드폰 사업을 벌인 SK텔레시스로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했다. SK텔레시스가 지난해 공중분해된 뒤에는 SK넥실리스가 새로운 골칫덩이로 등장했다. 인수에만 1조2000억원을 들인 SK넥실리스는 무더기 손실을 내서다. SKC는 알짜 계열사를 통해 1900억원을 조달해 급한 불을 끌 계획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C는 오는 9월 30일 반도체 소재 자회사 SK엔펄스의 유상감자에 참여해 1638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유상감자란 주주로부터 주식을 사들여 없애는(소각) 것으로 일종의 주주환원 방안이다. SKC는 지난 5월 말에도 SK엔펄스에 충남 천안의 건물을 매각해 250억원을 마련한 바 있다. 올들어 SK엔펄스를 통해서만 1888억원을 마련한 것이다.

SKC 자회사인 SK엔펄스는 올해 2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파인세라믹 사업부를 3302억원에 매각했다. 매각자금 상당액을 모회사인 SKC로 송금한 것이다. SKC는 운영자금과 계열사 투자금으로 쓸 전망이다.

SKC가 SK엔펄스로부터 자금을 충당한 것은 '곳간' 여건이 팍팍해진 것과 맞물린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구리박 업체인 SK넥실리스(옛 KCFT)를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직후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SK넥실리스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SKC 자회사이면서, SK넥실리스를 비롯한 2차전지 사업을 관할하는 SKC에프티홀딩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1430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804억원의 순손실을 이어갔다.

SKC에프티홀딩스가 적자를 내면서 SKC도 지난해 순손실 3264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순손실 420억원을 냈다. 재무구조도 급격히 나빠졌다. SK넥실리스를 인수하기 직전인 2019년 말 순차입금(차입금에서 현금을 제외한 금액)은 1조6054억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매년 순차입금은 불어나면서 지난해 말에는 2조8588억원으로 불었다. 올 1분기에는 파인세라믹 사업부 매각대금이 유입된 영향으로 2조4964억원으로 줄었다. 부채비율도 뜀박질해 2019년 말 130.1%에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를 이어가 지난해 말 178.6%로 올랐다.

SKC의 올해 연간 순손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319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재무구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차전지 계열사인 SK넥실리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SKC는 앞서 SK텔레시스를 통해서도 비슷한 고민을 경험했다. SK텔레시스가 앞세운 피쳐폰은 스마트폰에 밀리면서 무더기 적자를 냈다. SKC는 SK텔레시스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2012년 9월과 2015년 4월에 각각 199억원, 700억원을 출자했다. 2015년 7월에는 반도체케미칼 사업부를 매각했다. SKC가 SK텔레시스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것을 놓고 당시 SKC 경영진이던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SKC는 결국 SK텔레시스를 없애기로 가닥을 잡았다. 자회사 SK엔펄스는 지난해 2월 1일 SK텔레시스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사라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