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노웨이아웃:더룰렛' 백중식 역 배우 조진웅
전 국민이 다 아는 '대타' 출연이었다. 배우 조진웅은 그를 "팬이었고, 좋아하는 형이었다"고 추억했다. 영화 '끝까지 간다'를 함께한 인연이 있던 두 사람은 이후에도 꾸준히 우정을 이어왔고, 이번 작품에 조진웅이 출연한다 했을 때, 고인이 된 이선균은 전화통화에서 "다음에 만나 소주한잔하자"는 약속을 했다.
이선균의 마약 투약 의혹이 알려진 후 그가 출연하기로 예정된 디즈니 플러스 '노 웨이 아웃'은 첫 촬영을 긴급 연기하고, 새 배우를 찾았다. 조진웅은 이선균, 제작진과 인연으로 이 작품과 연이 닿았고, 평소엔 "시나리오를 다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데, 어떤 상황인지 뻔히 아니 '급하다'는 말에 빨리 시나리오를 읽었다"고 했다. 하지만 막연히 인연 때문에 '노 웨이 아웃'에 출연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재밌게 시나리오를 봤고, 촬영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며 "제가 꾀를 내 '하루 더 찍자'고 할 정도였다"고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노웨이아웃'은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의 목숨에 200억 원의 공개살인청부가 벌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출구 없는 인간들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드라마다.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는 범죄자 김국호 역에는 유재명, 흉악범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의 임무와 분노 사이 딜레마 상황에 놓인 백중식 역엔 조진웅이 발탁돼 감정선을 폭넓게 표현하며 작품의 중심을 끌고 간다. 여기에 김무열, 염정아, 성유빈, 허광한, 이광수, 김성철은 강렬한 개성을 지닌 여덟 캐릭터를 그려낸다.
조진웅이 연기한 백중식은 대국민 살인청부 타깃이 된 김국호의 보호를 맡으면서 그동안 살아온 보통의 삶과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의 임무를 돌아보며 갈등에 휩싸이는 캐릭터다. 조진웅은 "그동안 형사 연기를 많이 해왔지만, 이번엔 보다 현실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다"고 차별점을 소개하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 8년 만에 드라마다.
준비하는 작업이 있어서 거기에만 집중하다가 좋은 작품이라고 해서 이곳에 오게 됐다. 1년 반 정도 만에 작업을 하는 거라, 제가 원래 걱정하는 스타일도 아닌데도 걱정이 되더라. 그런데도 재밌게 작업했다. 함께 협업했던 배우들도 있고, 신명 나게 하지 않았나 싶다. 치열하게 뒹굴었다. 제 포지션은 이건가 싶은 정도로 재밌었다. 끝날 때도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 힘내라' 하는 얘길 들었는데, 그 정도 밖에 남은 줄 몰랐다. 꾀를 내 '이 장면은 하루 더 찍어야 하지 않겠냐'고 할 정도였다. 그때 스태프들이 '하루 더 봐서 좋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울컥했고, 그만큼 우리 팀이 끈끈했다.
▲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느꼈을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만 정리가 될 수 있는 분노들, 넌지시 생각해 볼만한 것들을 던진다. '비질란테'도 있고 비슷한 소재가 있는데, 캐릭터가 다르다. 그런 질문을 던질 때 각자 포시션의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가를 보는 게 재미 아닌가. 저희끼리도 '200억원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말을 많이 했다. 항상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행사장에서 밸런스게임처럼 한 적이 있는데 그땐 순간 망설여지더라. '당연히 거절해야지' 해야 하는데, 그게 희한한 지점이었다. 그렇게 반응이 나뉘는 게 재밌는 지점 같다. 이번에 또 형사라고 하지만, 백중식은 생활밀착형 캐릭터다. '생활밀착형'이라는 지점이 차이점이 될 거 같다.
▲ 시나리오 검토 시간이 짧은데 들어가지 않았나. 작품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워낙 형사물을 많이 해서 경찰 시스템을 잘 알았다. 그런 부분에 어려움은 없었고, 다만 백중식을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 해야 하나 싶었다. 백중식은 생활밀착형 형사지만, 경찰로서의 소신은 있다. 우직하니, 이런 게 아니고, '뭐냐' 이런 식으로. 대본에 나온 건 가이드고, 나머지는 제가 던졌다. 거기에 있는 캐릭터들이 울 곧이 그대로 앉아서 받아 주더라. 그래서 저는 '조진웅이 조진웅 하면 되겠다' 싶었다.
▲ 같은 직업군의 캐릭터를 계속 연기하다 보면 매너리즘을 느끼진 않나?
항상 고민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 그만둬야 한다' 이건 아니다. 그래서 제작에 도전한 거다. 1년 정도 시장조사를 했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스텝을 밟는데, 느껴지는 한계 지점, 내 전공이 아니다 보니 그런 것들이 있었다. 코로나도 있고, 영화 시장 위축도 있었고. 코로나를 겪으며 습관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을 꺼리는 게 되지 않았나. 그 과정에서 OTT 플랫폼이 밀접하게 다가오고. 투자를 못 받고 이런 부분에 대해 난항을 겪긴 하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아이템이 생기고, 일하고 있는 조합들이 있었다. 그러다 '노웨이아웃'을 만나니 더 신명 나더라.
▲ 캐스팅 과정이 다 공개되지 않았나. 그때의 상황이 어땠을까.
TV를 보고 있다가 '이게 뭐야' 이랬다. (故 이선균은) 너무 친한 사람인데, '저럴 일이 아닌데 저렇게 발표해도 되나' 그런 생각들을 했다. 그 와중에 '노 웨이 아웃' 제작사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그분은 제 단편영화 프로젝트도 같이 한 분이셨다. 대뜸 '급하다' 이러더라. 제가 '(시나리오) 읽는데 몇개월 걸린다' 하는데, '이틀 만에 읽어라'고 하더라. 어떤 상황인지 아니까, 급박한 걸 아니까 그렇게 연락받아도 '알겠다'고 했다. 그래서 루테인을 찾았다. 눈이 안 보여서. 제가 안경이 없는데, 마침 제 선글라스가 다초점 렌즈로 돼 있어서 그걸 쓰고 시나리오를 봤다. 쑥쑥 넘어가더라. '대본 다 봤어' 했더니 다음날 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중식당에서 만났다. '내가 중식인데 중식당에서 보자' 하니, '감사합니다' 하더라. 선균 형한테도 연락이 왔다. '소주 한 잔 하자. 빨리 정리하고 와' 이랬다. 그렇게 들어가게 됐다. 첫날 첫 촬영이 세트장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서 삼키자' 하면서 '화이팅'했다.
▲ 몸을 쓰는 장면이 적지 않아 보였다. 그걸 준비하지 못하지 않았나.
너무 당황했다. 그래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제가 포병 출신이다. 운전병이었다. 걸어서 3보 이상 나간 적이 없다. 급박하게 추적하는데도 힘들면 '우윽' 하면서 나가는데, 그게 다 애드리브다. 그런 게 정말 자연스럽게 나왔다. 제가 운동을 하지 않아서 배만 나오는데, 비상구 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는 장면에서 문 뒤에 배가 걸렸다. 너무 당황스러운데 여자 조감독이 그걸 보고 웃더라. 그래서 '잊어라'라고 했다. 그만큼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다. 스태프들이 다들 몸을 바치듯 작업해서 '상 받을 거야? 뭘 이렇게 열심히 해' 이럴 정도였다. 다치지 말라고, 천천히 하라고 했다.
▲ 평소에 운동운 안하는 걸까.
운동은 항상 제 전두엽에 있다. 아파트 커뮤니티에 운동 시설이 있다. 그 거리가 서울, 부산보다 길다. 운동은 보는 걸 좋아한다. 야구 보는 걸 좋아하고. 오늘(월요일) 인터뷰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다. 일요일 경기를 질 경우 화요일까지 다운된 기분을 채워야 하니까. 하지만 어제 이겨서 업된 상태다. (롯데 자이언츠가) 아주 잘했다.
▲ 다른 배우들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배우들 칭찬은 밤새워서 할 수 있다. 먼저 이광수, 얘는 이번에 끝났다. 영글었다. '런닝맨' 아니고 그냥 이광수다. 함께 고민하고 뒹구는 게 너무 재밌었다. 유재명 형은 부산에서 연극을 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했는데 그때부터 끝이었다. 이렇게 다 만날 줄 알았다. 염정아 누나는 '완벽한 타인'을 같이 하면서 너무 웃겨서 미치는 줄 알았고. 이번엔 잘 안 마주치는데, 모니터 영상을 보고 너무 좋더라. 누나도 재밌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김)무열에게 '심정이 어떻냐'고 물었는데, 아주 디테일한 것들이 나온다. 허광한, 저는 그 친구가 그렇게 유명한 걸 몰랐다. 대만 술을 가져왔길래 '넌 됐다' 싶었다.(웃음) 얼마 전 대만에 갔을 때도 해외에 있어서 못 봤는데 미팅했던 제작사 대표님을 통해 선물을 보내왔더라. 김성철도 유명하고 다재다능한데 저랑 연기할 땐 다 내려놓았다.
▲ 하지만 김성철의 '티라미수케익'을 몰랐다.
왜 유명한지 물었다. 그런데 성철이는 '티라미수케익'은 없어져야 할 과거라고 생각하더라. 근데 그게 귀여웠다. 제가 사실 그런걸 잘 모른다. MBTI도, 맨날 보면 'T죠?', 'P죠?' 이러는데, 저는 잘 모르겠고, 계획 없고 자유분방하고 그렇더라. 그래서 연예인과 잘 맞는다고.(웃음) 물론 저도 낯을 가리고 하는데, 어차피 만날 거니까. 그래서 연극을 할 때부터 사람을 좋아했다. 이번에 지인이 제작발표회를 보고, 김성철의 '티라미수케익'을 듣고 사인을 요청하더라. 이광수 사인도 받아오라고 하고. 내가 사인 셔틀을 한다. 하하.
▲ '시그널2'에 시즌1 배우들이 돌아온다고 했는데.
김은희 작가님을 따로 뵙기도 하고, 제가 하는 '야수' 프로젝트가 있다. 오늘 입고 온 티셔츠뿐 아니라 색깔별로 있고, 잘 때도 입고 잔다.(웃음) 2년 정도 해오고 있어서, 기업,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여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신경을 못 쓰고 있다. 작가님을 뵀을 때도 그런 말을 했다. '조진웅이 안 하면 이상해지는 거 아니냐'고 해서, '그렇다'했다. 그래서 '천천히 써라'라고 했다. 1, 2부 대본이 집에 있는데 안 봤다. 보면 흥분할 테니까. 이거 보면 (가슴에 손을 얹으며) '야수'는 어떡하나. ('시그널2'는) 주진웅이 할 거다. 누가 하겠나.
▲ 야수 프로젝트는 언제쯤 나올까?
저희 예상 라인업은 2026년이다. 프리프로덕션 고민도 크고, 후반도 길게 가야 한다. 그래서 캐스팅도 조심스럽고, 각 포지션들이 컨디션이 좋을 때 들어갔으면 해서다. 이 작품 자체가 갖는 장르를 따지자면 '크리처 판타지'다. 몹시 어려운 시기에 1970년대, 험난한 시기의 이야기이고, 역사적인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그 어두움 속에 있는 판타지가 있다. 제작비가 아주 많이 드는데, 돈을 벌어봐야지 않겠나.(웃음) 저는 출연을 안 하고 연출만 한다. 출연하려니 엄두가 안 나더라. 저보다 '핫'한 분으로 캐스팅하려 한다. 플랫폼 편성이나 이런 부분 때문에 캐스팅도 고민해야겠더라.
▲ 2년이 걸리는 거면 '배우 조진웅'을 한 번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솔직히 '시그널2'를 빨리 찍고 올까 싶기도 했다.(웃음) '독전2'를 해보니, 부담 없이 살만 빼면 됐다. 예전에 입었던 옷을 입는 거라 자신감이 있다. 처음을 만드는 게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다. 소재를 잘 닦고 쌓아 놓은 것들이 있으니까, 본질은 바뀌지 않지 않나. '시그널2'도 시리즈로는 시즌2가 처음이지만 김은희 작가님도 잘 알고, 호흡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작업하면서 저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티키타카'가 된다.
▲ 롯데 우승을 항상 기원하는데, '노웨이아웃' 글로벌 1위와 롯데 우승 중 어떤 걸 택할까.
당연한 말 아닌가. 당연히 우승이다. 지난 32년간 우승을 절박하게 기다려왔다. 글로벌 1위보다 롯데 1위다. 올해도 항상 간곡히 바라고 있다. 잘 알고 있다. 힘들다는걸. 그래도 바라는 거다. 야구장에 가면 행복하다. 이번엔 창원 경기장에서 찍었고, 잠실이든, 사직이든, 어디든 좋더라. (롯데 자이언트 홈구장인) 사직에서도 촬영을 많이 했는데, 선수단의 기운도 있어서 행복한 공간이었다.
▲ 고인이 된 이선균은 이 작품을 어떻게 볼까.
재밌게 볼 거다. 만족하면서 볼 거고. 지금도 극장에 그의 작품이 걸려있다. 못다 피운 아쉬움은 있다. 그의 팬이었고, 제가 좋아하는 형이었다. '노웨이아웃'에 열정이 있던 것으로 아는데 재밌게, 흡족하게 보실 거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