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뇌사자, 5명 살리고 떠났다…"마음씨 착한 아이였는데"

입력 2024-07-29 10:16
수정 2024-07-29 10:22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9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유동은(19세) 님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고 밝혔다.

유 씨는 지난 7월 1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이후 7일 유 씨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좌, 우 동시 수혜), 신장(좌, 우), 간장을 기증하여 5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은 "딸이 장기기증 뉴스를 보며 희망 등록을 하러 가자고 했으며, 늘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는 마음씨 착한 아이였기에 마지막 가는 길도 누군가를 돕고 가길 원했을 거로 생각해 기증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1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유 씨는 노래와 춤추는 것을 즐겼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미용 일을 하고 싶어 친구들 메이크업을 해주는 것을 좋아했다고 알려진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작스러운 공황증세와 우울증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으로 극복하여 아르바이트도 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에게 상담도 해주었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 외국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함께 해외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는데 미처 그 약속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가족들은 미안해했다.

유 씨의 어머니 김선희 씨는 "동은아, 널 이렇게 먼저 떠나보내게 되어서 엄마가 미안하고 많이 사랑해.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좋은 곳에 갔을 테니, 거기서는 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 네가 사랑하던 고양이 안개도 잘 키울게.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고 사랑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을 앞두며,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증을 결심해 준 기증자 가족과 생명나눔을 실천하신 기증자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소중한 생명나눔으로 사회의 사랑이 퍼져나가길 희망하며,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