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LG·현대차·SK 등 다른 그룹주 ETF가 최근 한 달 새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동안 나 홀로 강세다. 올 들어 주춤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대에 안착했고,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그룹 종목을 쓸어 담고 있어서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며 삼성그룹주 등 대형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그룹 소속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삼성그룹’은 최근 한 달 동안 4.8% 상승했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에 투자하는 ETF로, 삼성전자 비중이 25.8%로 가장 높다. 삼성그룹 주요 종목을 동일한 비중으로 담는 ‘ACE 삼성그룹동일가중’은 이 기간 삼성중공업(26.2%), 삼성바이오로직스(25.5%) 등이 급등하며 6.6% 올랐다.
반면 다른 주요 대기업 그룹주 ETF는 하락세다. ‘TIGER LG그룹+펀더멘털’은 한 달간 1.25% 떨어졌다.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과 ‘KOSEF SK그룹대표주’는 같은 기간 각각 6.89%, 9% 하락했다. 올 들어 고공 행진하던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가 한 달 동안 각각 15.8%, 19% 급락한 영향이다. ‘ACE 포스코그룹포커스’는 한 달간 14.9% 떨어져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포스코그룹의 주요 종목인 2차전지 관련주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등이 올 들어 꾸준히 약세를 보인 탓이다.
4대 그룹주 ETF 중 삼성그룹주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것은 국내 증시의 ‘큰손’으로 떠오른 외국인이 삼성그룹 종목을 대거 매수하고 있어서다. 최근 한 달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5개가 모두 삼성그룹주였다. 1위는 삼성전자로 순매수액이 3조715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3591억원어치 사들였다. 삼성중공업(350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277억원), 삼성전기(3203억원) 등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실적 전망이 좋은 대형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2조1038억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중공업도 조선업계 호황에 따라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대형주 선호가 두드러지자 코스닥시장 중소형주에서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선 삼성그룹주에 돈이 몰릴 때 코스닥 중소형주는 자금 유출로 하락하는 ‘삼성전자 블랙홀’ 현상이 되풀이돼왔다. 외국인과 펀드매니저가 삼성그룹주 비중을 늘리기 위해 중소형주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