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선수교체 승부수…은메달 명중

입력 2024-07-28 18:07
수정 2024-07-29 00:10

한국 사격 대표팀은 2024 파리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도 주목받지 못했다. 일정상 가장 먼저 메달에 도전하는 종목이었으나 메달 가능성이 높은 수영과 펜싱 등에 많은 이의 시선이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2000년생 동갑내기’ 금지현(24)과 박하준(24)이 보란 듯이 일을 냈다. 오로지 자신들의 과녁에만 집중한 두 선수가 한국 선수단 가운데 가장 먼저 시상대에 올라 한국 사격의 위상을 다시 한번 뽐냈다.

금지현과 박하준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10m 혼성 공기소총 결승에서 중국 성리하오-황위팅 조에 12-16으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가져오진 못했지만 한국 선수단의 1호 메달이기에 더 의미가 컸다.

애초 대표팀은 올림픽 국내 선발전 1위를 차지한 박하준과 반효진(17)으로 혼성 대표팀을 구성했다. 금지현은 최대한(20)과 훈련했다. 샤토루 현지에서 금지현의 컨디션이 가파르게 좋아지면서 경기 이틀 전 파트너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빠른 시간에 많이 쏴야 하는 혼성 종목의 특성을 고려해 금지현의 경험이 메달 확률을 높인다는 판단이었다. 결과적으로 파트너 교체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2022년 아제르바이잔 바투에서 열린 사격월드컵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경험이 있는 금지현과 박하준은 오랜만에 합을 맞췄음에도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박하준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10m 공기소총 개인전 은메달과 혼성 동메달을 딴 한국 사격의 에이스다. 내년 3월 입대를 준비하던 그는 이번 올림픽 메달로 병역특례 혜택도 함께 받는다. 박하준은 “국내 대회 결선 때 주변에서 하는 ‘하준아 군대가자’는 말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며 “군 문제가 해결돼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금지현은 ‘엄마 사격수’로 유명하다. 2022년 10월 임신한 몸으로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그는 지난해 5월 태어난 딸을 거의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극복하고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메달을 따면 둘째를 가지겠다고 공약한 금지현은 “둘째를 낳고 다음 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