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서만 5조원 넘게 늘어났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올리며 대출 수요 억제에 나섰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부동산 경기 회복이 맞물리면서 대출 수요를 가라앉히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713조3072억원으로 6월 말(708조5723억원)보다 4조7349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6월 한 달 만에 5조3415억원 증가해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주담대가 6월 말 552조1526억원에서 이달 25일 557조4116억원으로 5조2589억원 뛰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달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발맞춰 이달 들어 주담대와 전세대출 등 가계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 26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00~5.263% 수준이다.
일주일 전인 지난 19일(연 2.840~5.294%)과 비교하면 상단은 0.031%포인트 낮아졌지만, 하단은 오히려 0.060%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준거 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연 3.345%에서 연 3.290%로 0.055% 내린 가운데 은행들이 자체 책정하는 가산금리를 조정한 결과다.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지난 3일과 18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 0.13%포인트, 0.2%포인트 올린 데 이어 오는 29일 추가로 0.2%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주담대 금리가 가장 낮았던 신한은행도 지난 15일과 22일 은행채 3년·5년물 기준금리를 0.05%포인트씩 높인 데 이어 오는 29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3%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는 9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은행권은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금리 인하 기대가 높은 점도 이유로 꼽힌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