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여 전만 해도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기아를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남다른 성능도,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도, 충성도 높은 브랜드 파워도 갖추지 못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를 팔려면 판촉비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2017년 연간 성적표에 담긴 ‘영업이익률 1.2%’였다.
이랬던 기아가 올 2분기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13.2%)을 올렸다. 그룹사인 현대자동차(9.5%)는 물론 테슬라(6.3%) 제너럴모터스(GM·8.3%) 포드(5.8%)도 꺾었다. 아직 2분기 실적을 내놓지 않은 도요타(1분기 10.4%) 메르세데스벤츠(10.8%) BMW(8.8%) 폭스바겐그룹(6.1%)의 1분기 영업이익률을 압도하는 수치다. 기아는 어떻게 6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자동차 메이커가 됐을까.
기아는 올 2분기 매출 27조5679억원, 영업이익 3조6437억원을 거뒀다고 26일 발표했다. 매출은 작년 2분기보다 5%, 영업이익은 7.1% 늘었다. 상반기 매출은 7.7% 증가한 53조7808억원을 기록했다. 이대로 가면 기아는 올해 처음 매출 100조원 벽을 넘어선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기아의 환골탈태 배경으로 ‘높아진 상품성’을 꼽는다. 시장 트렌드를 잘 포착해 ‘없어서 못 파는’ 레저용차량(RV), 하이브리드카 생산 비중을 미리 높인 덕분이다. 지난 2분기 기아의 RV 판매 비중은 70% 안팎으로, 2017년(37%) 대비 두 배가량 높아졌다. 미미했던 하이브리드카 비중은 2분기에 14.3%(플러그인 포함)로 뛰었다. 여기에 디자인 개선과 높아진 브랜드 파워가 더해지며 2분기 기아의 평균 판매가격은 3630만원으로 1년 전(3410만원)보다 6.6% 올랐다. 업계에서는 2017년 평균 판매가격과 비교해 5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상품성이 높아지자 할인 판매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영업이익률이 치솟은 비결은 ‘제값 받기’에 있다”고 말했다.
기아는 최근 몇 년간 체득한 ‘성공 방정식’을 토대로 수익성 중심 경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요즘 가장 몸값이 높은 RV와 하이브리드카를 묶은 ‘하이브리드 RV’를 줄줄이 내놓을 예정이다. 기아는 하반기 미국에서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상품성 개선 모델 등을 선보인다.
김진원/신정은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