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자 복지 확대도 좋지만 과속은 경계해야

입력 2024-07-26 17:33
수정 2024-07-27 00:28
정부가 74개 복지 사업에서 수급자를 정하는 잣대로 삼는 기준 중위소득을 내년에 6.42%(4인 가구 기준) 인상하기로 했다. 올해 월 572만9913원에서 내년엔 월 609만7773원으로 올린다. 중위소득을 복지 정책 기준으로 삼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폭 인상이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2017~2018년 1%대, 2019~2021년 2%대에 그쳤고 코로나19 때인 2022년 5.02%로 높아졌는데 윤석열 정부는 ‘약자 복지 확대’ 기조에 따라 2023년 5.47%, 2024년 6.09%에 이어 내년에는 인상폭을 더 높였다. 3년 연속 최대폭으로 올린 것이다. 특히 수급 가구의 74%를 차지하는 1인 가구의 내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4인 가구보다 높은 7.34%로 결정했다. 생계급여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부모, 자녀 등 부양 의무자의 소득·재산 기준도 완화했다.

정부는 “두텁고 촘촘한 약자 복지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론 맞는 방향이다.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 같은 무차별 현금 살포보다 저소득층에 집중해 두텁게 지원하는 게 더 낫다. 하지만 경기 둔화와 재정 악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1, 2년도 아니고 3년 연속 기준 중위소득을 최대폭으로 인상한 게 바람직했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장 기준 중위소득 인상과 부양 의무자 기준 완화로 내년에 7만1000명이 새로 생계급여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올해 정부의 생계급여 예산이 7조5000억원인데 내년에는 이보다 9400억원가량 늘어난다. 기준 중위소득이 올라가면 생계급여뿐 아니라 교육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국가장학금, 아이돌봄 서비스 등 다른 복지 예산도 줄줄이 늘어난다. 복지는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만큼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급속한 저출생·고령화로 복지 혜택을 지탱하려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약자 복지와 함께 복지 제도를 정교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 실업급여 반복 수급처럼 늘어나는 복지가 근로 의욕을 꺾거나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복 사업과 불필요한 보조 사업을 줄이고 복지 전달 체계를 효율화해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