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유통기업은 ‘자체브랜드(PB)의 성공’을 꿈꾼다. 강력한 PB를 갖게 되면 제조사 의존을 줄이면서 ‘제조·유통 파워’를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그간 많은 유통업체가 시도했지만, 수십 년간 축적된 제조사의 노하우를 넘어서긴 쉽지 않았다. PB로 성공한 유럽 할인매장 알디, 미국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식료품점 트레이더조와 같은 사례가 국내에선 나오지 않은 이유다.
그런 PB 시장에서 이마트의 PB ‘노브랜드’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초저가’와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베트남, 몽골, 라오스 등 K푸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마케팅·디자인 비용 줄여 ‘반값‘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오는 10월께 라오스에 첫 노브랜드 전문점을 열고, 매장 내 상품 대부분을 PB로 채운다.
이를 시작으로 노브랜드 전문점을 연내 3곳, 10년 안에 7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는 필리핀에선 노브랜드 전문점(사진) 19개를 운영 중이고, 베트남과 몽골에선 이마트 매장을 통해 노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노브랜드는 2015년 ‘상식 이하의 초저가’를 기치로 시작한 이마트 PB다. 다른 유통업체 PB와는 시작부터 달랐다. 마케팅은 아예 하지 않고, 단순한 노란색 패키지로 디자인 비용을 확 줄였다. 그 대신 우유, 생수, 티슈 등 생필품 가격을 일반 상품 대비 50~60% 수준으로 낮췄다. 한 봉지(110g)에 890원인 감자칩은 2015년 6월 첫 출시 후 8년째 가격이 같다. 노브랜드는 이런 방식으로 판매 품목을 1500여 개로 늘렸다. 판매량이 늘자 2016년엔 아예 노브랜드 제품만 파는 전문점을 만들었다. 국내 노브랜드 전문점은 250여 곳에 달한다.
이마트는 국내 성공을 발판 삼아 해외로 눈을 돌렸다. 현지화 전략이 효과를 봤다. 필리핀에는 하루 두 번 커피와 차를 마시는 ‘메리엔다’ 타임이 있는데, 이를 공략해 한국에서 봉지째로 판매하던 노브랜드 커피와 차 등을 낱개 단위로 소분해 내놨다. 그 결과 국내 이마트에선 매출 100위권 밖이던 노브랜드 상품이 ‘톱10’에 들어갈 만큼 매출이 늘었다. 몽골에선 8월 중순부터 추워진다는 것을 감안해 유자차·자몽차 등 차 종류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K푸드 날개 달고 해외로최근 K푸드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노브랜드의 해외 진출에도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노브랜드 수출액은 지난해 필리핀(35%), 몽골(27%), 베트남(59%) 등에서 일제히 늘었다. 매출 대부분을 꼬치, 커피, 차 등 식품이 차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지에서 판매하는 다른 K푸드와 비교해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라오스에 여는 노브랜드 전문점도 K푸드를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할 예정이다.
유통업계는 이마트 PB 수출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아직 코스트코의 커클랜드처럼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국내 PB는 드물다. 롯데마트(오늘좋은·요리하다), 홈플러스(홈플러스 시그니처·심플러스) 등 다른 국내 유통업체에도 PB가 있지만,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