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큰 손이 7700만원치 쓸어갔다…요즘 인기라는 '이 보석'

입력 2024-07-27 07:23
수정 2024-07-29 10:57
지난 3월 서울 강남의 한 주얼리 브랜드 로이드(LLOYD) 매장을 방문한 VIP 고객 A씨는 그 자리에서 7.67캐럿 다이아몬드를 구매했다. 이 정도 크기의 다이아몬드라면 시가가 최소 2억~3억원은 호가한다. 하지만 A씨가 다이아몬드를 구매할 때 들인 금액은 7700만원에 불과하다.

다른 VIP 고객인 B씨도 같은 매장을 3개월 사이에 네 번 방문해 다이아몬드 제품 4개를 샀다. 이 고객이 구입한 품목은 5.7캐럿의 테니스팔찌와 4캐럿 더블링, 1캐럿 핑크다이아몬드 반지, 다이아몬드 가드링이다. 평소 B씨는 티파니앤코, 반클리프아펠 등 초고가 명품 주얼리 제품을 즐겨왔는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명품 아이템들과 레이어드하기 위해 로이드에서 다이아몬드 제품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고객이 다이아몬드 제품 4개를 사는데 들인 금액은 1500만원 정도. 시가의 5분의 1이 채 안된다.


이들 고객이 이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다이아몬드 제품을 살 수 있었던 까닭은 이 제품들이 일명 '실험실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1캐럿 미만의 저가 제품들이 주로 팔렸지만, 최근엔 "천연 다이아몬드와 품질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A씨와 B씨처럼 고가 제품을 찾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란 연구실(Lab)에서 키워(Grown) 생산한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탄소를 고압·고온에 장기간 노출해 제조한 것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화학·광학적으로 100% 같다.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가 들여다봐도 구별하기 힘들 만큼 비슷하나 가격은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이처럼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을 파는 매장들도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로이드의 최근 한달 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이중 전체 매출의 14%를 손예진 다이아인 튜더로즈 컬렉션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다이아몬드 중량이 큰 편에 속하는 5부(0.5캐럿) 이상 제품 매출은 470% 급증했다.

특히 로이드는 고가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성장을 눈여겨 보고 VIP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티파니와 다미아니 등 글로벌 브랜드의 근무 경력을 보유한 전문 판매사를 고용해 VIP 응대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랜드 로이드 관계자는 “구매액수가 높은 상위 10% 고객의 객단가는 브랜드 평균 객단가보다 약 8배 높으며, 올해 5월과 6월 기준 평균 월 매출의 58%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라며 “고급화 전략에 집중한 이후 프리미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파인 주얼리 브랜드도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곳들도 특히 VIP 비중이 높다. 파인 주얼리 브랜드 더그레이스런던은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작년 8월, 12월 두 차례 VIP 초대전을 열어 연속으로 1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백화점 VIP 고객 사이에 입소문이 나 신규 고객 유입 효과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점점 특별한 모양이나 컬러로 제작된 프리미엄 제품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가 높아질수록 VIP 고객의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