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공개한 국회의원 월급이 화제다. 세후 월급이 1000만원에 달했다는 이 의원의 고백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국회의원 월급이 왜 이렇게 많냐"는 궁금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27일 방송 MBN '가보자GO' 시즌2에서 최초로 자신의 집 내부를 공개한 데 이어 자신이 지난 6월분 월급까지 공개했다. 이 의원은 스페셜 MC로 등장한 사유리가 "국회의원 얼마나 받아요?"라고 묻자, "이거 딱 초등학생 질문이다. '아저씨 뭐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물어봐서 답하면 월급만 물어본다"면서도 "지난달 처음으로 통장에 돈이 찍혔는데 992만2000원이었다"고 했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대개 긍정적인 반응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매일 싸움만 하는데 엄청 받네", "월급 줄여라", "월급이 왜 이리 많냐"는 반응이다. 정치 혐오가 만연해진 대한민국에서 일반 서민 월급의 4~5배에 달하는 돈을 국회의원이 받고 있다는 소식이 달갑게 들리지 않는 게 어쩌면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평가다.
국회사무처가 공고한 '2024년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기준' 등에 따르면 올해 의원 연봉은 세전 약 1억5700만원이다. 지난해(약 1억5400만원)보다 1.7%(약 300만원) 오른 셈이다. 구체적으로 일반수당 월 707만9000원, 관리업무수당 63만7190원, 상여금 1557만5780원, 명절휴가비 849만5880원, 입법활동비 313만6000원, 특별활동비 78만4000원이다.
이 밖에도 의원들에게는 실제 차량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매월 유류비와 유지비를 각각 월 110만원, 35만8000원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상임위원장을 맡거나 교섭단체 대표를 맡으면 유지비는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를 통해 의원들은 매월 세전 1200~130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21대 국회 초선이었던 한 전(前) 의원은 과거 명절휴가비를 수령한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내 통장에서 보지 못했던 금액이 찍혔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급여가 모두 의원 개인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의원들이 오히려 사비를 들여 '정치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과거에는 후원받아 모은 정치 자금을 의원이 기자, 교수 등과의 오·만찬 비용으로 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치 자금을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대부분의 의원이 '사비'를 대량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활동 비용' 때문에 심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챙겨가는 월급 한 푼 없이 사비를 더 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 의원실로 지원되는 예산 중엔 정책개발비가 있는데, 이는 토론회나 간담회를 위해 쓴 실제 비용을 사후에 청구해 보전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기에 의원 개인의 수입과는 관계가 없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실제로 의원이 일하는 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오히려 박봉에 가깝다. 최저임금 정도일 수도 있다"면서 "의원에게는 '이해 상충'으로 하지 말라는 것도 많고, 재산도 다 공개해야 하고, 일반 직장인들 다 하는 주식 투자 같은 것도 사실상 하기 힘들다. 가까이서 보면 공명심 없이는 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문제는 세비가 사법 문제로 구속돼 의정 활동이 불가능한 의원들에게도 특별활동비를 제외하고 지급된다는 것이다. 의원 신분은 형사사건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의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유지된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에서는 윤관석, 이상직, 정정순, 정찬민 전 의원이 구속된 상태에서도 수당을 받았었다. 여야는 선거 때마다 구속 시 세비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약을 쏟아냈지만, 아직 법제화하진 않았다.
지난 총선 과정 의원 월급을 '국민 중위소득 수준으로 낮추자'는 정치 개혁안을 제시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당 당권을 잡은 만큼, 관련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한 대표는 지난 23일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특권 폐지를 통한 과감한 정치 개혁을 실천하겠다. 그건 결국 우리 국민의힘이 중도, 수도권, 청년으로 확장해 나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 급여를 반으로 깎아야 한다. 연봉 1억5700만원에 유류비 지원이나 정책 홍보를 위한 문자 발송비로도 1억원을 넘게 추가로 주고 있다"며 "지금 우리나라 의원 급여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4배가 넘는다. 반면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의 의원 연봉은 1인당 GDP의 약 2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슬기/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