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심청색 머리들이 우거진 이곳, 외딴섬 꼭대기에서 점잖은 신이 된 듯 내려다본 7월의 세상은 유난히 평화롭고 한적하다. 세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곳이 서울 한복판이라는 것을 누가 실감할까? 주민들에게는 빼앗기고 싶지 않을 녹색 놀이터, 샛강생태공원이 혈맥처럼 숨 쉬고, 그 옆엔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여의대로가 길을 내어주느라 여념이 없다.
다들 산으로, 들로, 바다로, 계곡으로 여행을 갈 때 기자는 서울 도심에서 하루를 유숙하기로 했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회사에서 나오자 소소한 일탈을 한 것처럼 설렌다. 웰니스의 사전적 정의가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룬 상태’이니 지금 이 순간이다.
지하철 여의도역 1번 출구에서 메리어트 이큐제큐티브 아파트먼트 호텔 서울(이하 여의도 메리어트)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점심시간 높다란 빌딩에서 나온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가로수 길을 산책하고, 1978년 준공된 광장아파트는 어느새 반백 년, 뜻하지 않은 풍경으로 이 길에 서 있다. 수많은 추억이 쌓이고 쌓였을 이 오래된 아파트가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웃음과 눈물이 한동안 머물겠지, 잠시 그 앞을 서성였다.
이윽고 가로수 길 끝자락에서 여의도 메리어트를 만났다. 고개를 뒤로 한참을 꺾어야 상호가 보일 만큼 높다.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는 여행자는 물론 국내 장기체류해야 하는 주재원, 장·단기 비즈니스 출장 시 호텔 서비스를 받으며 일상을 보내기 좋은 아파트형 호텔이다. 영국 런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브라질 상파울루 등 세계 주요 도시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에 한 곳, 여의도 메리어트가 유일하다.
14층까지는 호텔, 그 위로는 오피스텔로 운영하며 1층에 로비, 지하 2층에 수 스파, 수영, 스쿼시, 헬스, 실내 골프까지 다양한 활동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부대시설이 자리한다. 다가오는 9월에는 파크 카페가 2층에서 3층으로 옮기며 새로운 분위기의 파인다이닝을 제공한다.
개인 집무실처럼 아늑한 분위기의 로비에서 간단히 체크인을 마치고 수 스파로 향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직영하는 테라피 센터로 오랜 기간 명성을 쌓아온 곳이다. 수 스파의 ‘수’는 한자로 목숨 수, 물 수, 빼어날 수를 의미한다. 수로에 흐르는 물소리는 입구에서부터 룸까지 마음을 정돈시키고, 테라피스트는 첫 만남에도 날 아주 잘 아는 친구처럼 편안하다.
수 스파는 트리트먼트 룸마다 탈의실, 파우더룸, 샤워실, 화장실을 갖추고 있어 스파 시작부터 끝까지 타인과의 불필요한 접촉 없이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호텔까지 오는 동안 땀이 밴 몸을 간단히 씻고 룸에 들어섰다. 기자는 집중 마사지를 받고 싶은 부위에 어깨를 적고, 센 강도로 마사지를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그니처 메뉴인 수리엔탈 마사지를 받는 60분 동안 이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이 떠올랐다. 대숲에 일렁이는 바람, 서로의 호흡과 기를 느끼며 무공을 겨루는 남녀. 테라피스트의 손끝은 예민한 감각으로 혈 자리를 찾아내고, 관절 마디에 뭉친 근육을 때론 부드럽게, 강하게, 멈췄다가 다시 일격을 가했다. 기자가 할 일이라곤 눈을 감고 그 힘에 맞춰 숨을 고르는 것.
마사지가 끝나고 파우더 룸에서 거울을 봤을 때 깜짝 놀랐다. 얼굴에 생기가 돌고, 피부도 눈에 띄게 탄력 있어 보인다. 어깨는? 로봇이라면 새 어깨를 단 것처럼 가뿐해졌다고 소감을 전하겠다. 여의도 메리어트에서는 오는 9월 30일까지 ‘엄마, 단둘이 호캉스 갈래?’ 패키지를 선보인다. 엄마와 즐거운 추억도 만들고, 효도도 하고 싶다면 눈여겨보시길.
여의도 메리어트는 94개 객실이 스위트 룸으로 3 베드룸 펜트하우스 스위트, 2 베드룸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스튜디오 스위트, 1 베드룸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등으로 구성되며, 아파트형 호텔답게 완벽한 주방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븐과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정수기, 여러 종류의 식기, 잔, 커트러리에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구비되어 하룻밤이 아쉬울 정도다. 덕분에 집 인테리어를 한다든지, 이사 가기 전에 임시 거처로도 훌륭한 선택지가 된다.
객실 통창으로는 그 끝과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한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이 펼쳐진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조성된 생태공원으로 여의도 63빌딩부터 국회의사당 뒤편까지 면적 75만 8000㎡, 4.6㎞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기자는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의 더 현대 서울을 우선 둘러보고,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으로 향했다.
도로 가운데 나무 계단을 내려가니 거대한 초록 숲이 별세계처럼 객을 반긴다. 느긋이 산책에 나선 주민들은 하나같이 맨발 차림이다. 기자도 신발을 벗고 땅의 기운을 느껴보기로 했다. 마른 땅을 걷자니 발바닥에 모래가 닿아 따끔따끔, 수변 인근에는 보드라운 흙길이 형성되어 걷는 맛이 또 다르다.
한 시간이 흘렀을까. 공원과 도로를 잇는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마루다리에 올랐다. 다리 위에는 숲이, 대교가, 호텔이, 아파트가, 강이 포개어 있다. 습기를 머금은 여름 바람에 한들거리는 버드나무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열기가 들어찬 숨을 천천히 뱉고, 다시 들이마신다.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룬 지속적인 웰니스를 향할 것. 완벽한 오늘의 거처로 힘찬 걸음을 옮겼다.
info. 호텔 패키지 '엄마, 단둘이 호캉스 갈래?'스위트 객실 1박, 파크 카페 조식 뷔페 2인, 호텔 제작 100% 순면 타올 세트, 아비브 마스크 팩 2개, 수 스파 15% 할인, 투숙 기간 내 부대시설 무제한 입장 (7월 1일~9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