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 극장가에 '숨통'을 트이게 했던 콘서트 실황 영화들이 여름 성수기 시즌까지 점령했다. 놀라운 팬덤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임영웅부터 K팝 신드롬의 선봉에 서있는 블랙핑크까지. 수백억 대작의 텐트폴 영화가 쏙 빠진 여름 극장가에 콘서트 실황 영화는 더 이상 '대안'이 아닌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임영웅의 '상암벌' 입성을 담은 콘서트 실황 영화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오는 8월 28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이 콘서트는 지난 5월 25일부터 이틀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실황과 뒷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임영웅과 스태프가 콘서트 준비를 위해 1년간 의기투합하는 과정과 경기장 잔디 보호를 위해 도입한 무대 설치 등 비하인드가 공개된다.
임영웅의 콘서트 실황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 개봉했던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누적 관객 수 25만 명을 모아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영화 또한 '영웅시대'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걸그룹 블랙핑크도 월드투어 '본 핑크'(BORN PINK)의 실황이 담긴 영화 '블랙핑크 월드투어 본 핑크 인 시네마스'를 오는 7월 31일 CGV 단독 개봉한다. 이 영화는 블랙핑크의 데뷔 8주년을 맞이해 지난 9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한 공연을 영상화했다.
이 공연은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34개 도시에서 66회차 공연을 진행해 1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 세계 걸그룹 역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월드 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한 서울 공연의 화려한 무대부터 글로벌 투어 영상까지 블랙핑크의 열정 넘치는 무대를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영화는 전 세계 걸그룹 공연 실황 영화 사상 최다 국가인 110여개 국가에서 개봉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룹 세븐틴도 첫 월드컵경기장 입성 콘서트 실황을 담은 '세븐틴 투어 '팔로우' 어게인 투 시네마'를 오는 8월 14일 CGV에서 개봉한다. 총 8회 공연으로 약 38만 명을 동원한 스타디움 앙코르 투어 중 'SEVENTEEN TOUR ‘FOLLOW’ AGAIN TO SEOUL' 공연의 다채로운 순간들을 360도 카메라와 시네마틱 카메라를 총동원해 생생히 담았다.
퍼포먼스 최초 공개로 화제를 모은 ‘MAESTRO’를 비롯해 ‘손오공’, ‘HOT’ 등 세븐틴 대표곡들의 무대와 ‘청춘찬가’, ‘Spell’, ‘LALALI’ 등 세 유닛의 개성 가득한 무대까지 다채로운 무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무한 아나스’라는 별명으로 화제를 모은 앙코르곡 ‘아주 NICE’에서는 무대 위의 세븐틴은 물론, 관객석의 캐럿 들까지 함께 뛰며 만들어내는 진동으로 인해 공연 실황 영화 최초로 ScreenX 카메라가 흔들릴 정도로 뜨거웠던 현장의 열기와 생동감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후문이다.
가수 영탁도 두 번째 단독 콘서트 실황을 담은 '2023 영탁 단독 콘서트 : 탁쇼2’를 지난 18일 개봉했다. 해당 콘서트는 전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이색적인 콘셉트로 꾸며졌다. 나라별로 장르와 분위기가 다른 노래 스타일을 선보이고, 영탁의 폭발적인 성량으로 ‘폼 미쳤다’, ‘찐이야’ 등 히트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2PM 출신 배우 이준호의 콘서트 실황 ‘이준호 콘서트: 다시 만나는 날’도 극장에 걸렸다. 이번 콘서트는 CGV에서 지난해 8월 생중계한 바 있는 ‘LEE JUNHO Arena Tour 2023 마타 아에루 히(다시 만나는 날)’의 연장선으로 이준호가 작사, 작곡한 26곡의 세트리스트를 풍성한 밴드 라이브와 독보적인 퍼포먼스로 관람할 수 있다.
배우의 공연을 영화로 상영하는 첫 사례도 등장했다. 바로 '우영우'로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배우 박은빈이 주인공이다.
CGV 단독 개봉한 '2024 박은빈 팬 콘서트 ‘은빈노트 : 디바’는 지난 1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개최된 '2024 박은빈 FAN CONCERT 은빈노트 : DIVA' 영상화했다. 이번 팬 콘서트 실황 영화에서는 박은빈이 직접 부른 ‘무인도의 디바’ OST를 포함해 총 14곡의 라이브와 댄스 퍼포먼스, 유쾌한 토크까지 다양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박은빈은 무대인사에 직접 참석해 팬들을 만나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극장들이 영화가 아닌 다른 콘텐츠를 선보이게 된 건 상업성을 염두에 둔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K팝 콘텐츠의 경우 두터운 팬덤으로 인해 웬만한 소형 영화보다 높은 매출액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폭넓은 콘텐츠를 선보여 관객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CGV 관계자는 "현재 다른 영화 제작 편수가 적어서 콘서트 실황 영화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 같긴 하다"며 "예전부터 꾸준히 공연 실황을 선보여 왔지만 최근 들어 관심도가 높아져 눈에 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엔 '굳이 이걸 극장에서 봐?'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최근엔 극장에 와서 이런 공연 실황을 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고,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슷한 규모의 한국 영화들이 개봉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타겟층을 공략해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도 유의미한 지점"이라며 "임영웅부터 세븐틴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모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