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유튜브 구독자 10만명을 달성해 실버버튼을 받았다. 그동안 항공사들이 신규 취항 노선이나 프로모션과 같은 광고성 영상을 올리는 것에 반해 시청자들이 흥미로워 할 기획을 한 것이 주효했다.
'기장은 비행 중에 어떻게 밥을 먹을까', '숨기려 해도 도저히 숨길 수 없었던…어쨌든 승무원 비행 브이로그'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들은 100만뷰가 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구독자 수를 늘리는 데 힘을 보탰다.
에어부산의 유튜브는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 방송가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걸그룹 '엔믹스'의 해원이 직업체험을 하는 내용의 유튜브 채널 ‘워크맨’(구독자 413만명)의 경우 지금까지 올라온 동영상 중 에어부산에서 한 스튜디어스 체험이 조회수 460만회로 가장 많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전 MC였던 '(여자)아이들의 슈화와도 에어부산에서 컨텐츠를 찍은 적이 있다.
이러한 인기 컨텐츠의 뒤에는 임나경 에어부산 영업마케팅팀 대리가 있다. 임 대리는 에어부산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6만명일 때 유튜브 담당자로 참여해 지금의 에어부산 유튜브로 키워낸 일등공신이다.촬영, 편집 제외한 컨텐츠 기획 참여…조종실 컨텐츠 선보여 '화제'
임 대리는 2018년에 에어부산에 캐빈승무원으로 입사해 4년간 항공기를 타다 2022년 1월 영업마케팅팀으로 직군을 전환했다. 마케팅팀 근무 초기에는 에어부산 인스타그램 담당자였으나 지난해부터 유튜브 채널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에어부산 인스타그램을 담당할 때 인기 여행 유튜버인 '곽튜브'와 오사카 사는 사람들의 '마츠다 부장'과 협업을 성사시키면서 유튜브 채널 담당자로 옮기게 됐다"며 "당시 무작정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 컨텐츠를 제작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고 일하는 방식도 서툴렀지만 이런 경험들이 지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 대리는 기획, 촬영, 편집을 담당하는 외주 업체와 함께 수시로 컨텐츠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기획 뿐만 아니라 출연자 섭외, 촬영에 필요한 서류 준비, 장소 세팅 등 카메라 촬영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을 준비하는 게 임 대리의 역할이다.
에어부산 유튜브 채널은 2019년부터 컨텐츠를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단순한 홍보영상이나 승무원이 주로 등장했으나 임 대리가 담당한 이후부터는 시청자가 선호할만한 컨텐츠를 기반으로 항공사 내 다양한 직군에 있는 직원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문을 넓혔다.
그는 "제가 유튜브 담당자가 된 후 5개월차에 기획했던 컨텐츠가 '기장은 조종실에서 밥을 어떻게 먹을까'였다"며 "조종실의 경우 보안구역이다보니 외부인 출입 자체가 까다로웠는데 몇 달 동안 물어보고 다니면서 결국 촬영을 성공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승무원에서 유튜브 담당자로 변신…선뜻 출연해주는 직원들에 '감사'임 대리는 과거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한 이력이 유튜브 컨텐츠 제작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실제 비행을 해봤기 때문에 승무원 섭외나 촬영 일정 세팅하는데 있어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촬영 준비과정이 많이 줄어들고 시뮬레이션이 잘 되니까 어떤 식으로 촬영하면 업무에 방해가 덜 될지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며 "또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 대리는 지금까지 에어부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고마운 사람으로 이민석·오지혜 승무원 부부와 김태완 기장, 김정범 기장을 꼽았다. 실제로 이들이 출연한 영상은 에어부산 유튜브 채널에서 인기 동영상 상위에 랭크되고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에어부산 유튜브 채널을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는 "승무원 부부는 유튜브 촬영을 진심으로 즐기면서 재밌는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줘서 고맙다"며 "김태완 기장님은 오랫동안 영상에 출연해주고 있고 김정범 기장님은 직접 촬영에 참여하기도 해 감사한 출연자들"이라고 말했다.
임 대리는 "유튜브에 출연한 직원들의 출연료는 사내 규정에 의거해 지급하고 있으나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것 대비로는 적은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위해 선뜻 출연해주는 직원들 덕분에 힘내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에어부산 유튜브 영상들이 화제가 되면서 자발적을 출연을 요청하는 직원들도 많아졌다는 게 임 대리의 설명이다. 그는 "먼저 유튜브 출연 의사를 밝히는 직원분들도 많은데 실제 영상으로 담았을 때 시청자들이 재밌어 할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 모두 출연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반 사무직 분들 중에도 중요한 일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막상 영상으로 담으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그림만 나와서 컨텐츠화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시청에서 에어부산 항공권 구매까지 어이지길 기대"임 대리는 향후 제작하고 싶은 컨텐츠로 대표와 안전본부장의 브이로그를 꼽았다. 그는 "에어부산 임원들의 회사 생활을 궁금해하는 구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 언젠가는 꼭 한 번 담고 싶다"고 말했다.
임 대리는 에어부산 유튜브를 광고비 없이 오로지 컨텐츠의 재미만으로 채널을 키운 것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임 대리는 "구독자 0에서 10만까지 가기가 어려운데 인위적인 것 없이 컨텐츠만의 힘으로 10만을 달성했다"며 "지금처럼 앞으로 꾸준히 한다면 20만, 50만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사실 시청자들은 에어부산 유튜브 컨텐츠를 시청하면서 에어부산이 어떤 노선에 취항하는지, 프로모션이 뭔지 등이 궁금해하기보다 영상이 재미있는지를 중요시 한다"며 "그래서 내가 시청자라고 생각했을 때 이 영상이 재미있을까를 항상 염두에 두고 컨텐츠를 기획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기획을 많이 해 유튜브 업로드 건수를 늘리는 것이 임 대리의 목표다. 그렇게 하다보면 영상을 잘 봐주는 시청자들도 늘고 구독자 수 증가는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것이다.
임 대리는 "고객들이 항공권을 구매할 때 같은 일정에 비슷한 가격이라면 ‘어, 유튜브에서 봤던 그 항공사다.’, ‘에어부산 타면 유튜브에 나왔던 그 기장, 정비사, 승무원이 일하고 있으려나?’, ‘타보고 싶다’까지 생각하고 구매로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 유튜브 담당자로서 가장 바라는 효과"라고 말했다.
부산=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