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가 6개월 이상인 국내 정기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향후 금리가 더 낮아지기 전에 미리 정기예금에 가입하려는 저축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만기 6개월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852조2139억원으로, 전월 말(843조9623억원) 대비 0.98%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작년 12월 말(814조4069억원) 이후 5개월 연속 늘었다.
기간별로 나눠 보면 만기가 ‘6개월 이상~1년 미만’인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196조7770억원으로 작년 말(178조8031억원)과 비교해 17조9739억원(10.1%) 늘었다. ‘1년 이상~2년 미만’ 만기의 정기예금 잔액은 같은 기간 575조1607억원에서 592조437억원으로 2.9% 증가했다. ‘2년 이상~3년 미만’은 31조2133억원에서 32조6108억원으로 1.4% 늘었다. 만기가 3년 이상인 정기예금도 작년 말 29조2300억원에서 올 5월 말 30조7823억원으로 1.6% 증가했다.
반면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의 잔액은 줄었다. 만기가 6개월 미만인 정기예금 잔액은 작년 말 186조3943억원에서 지난 5월 말 186조440억원으로 0.2% 감소했다.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2022년 11월(252조6990억원)과 비교하면 18개월 새 26.4% 줄었다.
은행권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만큼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가입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정기예금 가입 수요가 커지자 자금 조달이 쉬워진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저축은행에서조차 현재 금리가 연 4% 이상인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은 종적을 감춘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대출을 마음껏 늘리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예금 금리를 높여가며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