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성장률이 뒷걸음질 쳤다는 경제지표가 나오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경기와 물가를 보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부동산 경기와 외환시장 등을 고려하면 섣불리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서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10월, 11월 등 총 세 차례 남았다. 시장은 오는 10월 11일 회의 때 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보수적인 한은 성향을 고려할 때 한은이 9월로 예상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확인한 후 움직이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발표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 증가율과 최근 물가 동향은 정부와 한은의 예상 경로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10월 금리 인하를 점치는 주요 근거다. 하지만 한은 내부 분위기는 이런 기대감과 거리가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통화위원과 한은 집행부는 금통위가 열린 2주 전 상황보다 신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부담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꿈틀대는 부동산시장이다. 7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통위원이 공통으로 우려한 사안은 집값 상승 확산세였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줘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한은은 원·달러 환율 동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초 1300원에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1390원 선을 돌파하더니 최근까지 1380원 전후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과 미국 간 실질금리 격차가 벌어진 게 주된 요인이지만 슈퍼엔저 동조화와 기업·가계의 대미 투자 확대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도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이민 제한, 고관세, 감세 등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경제 정책”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강달러와 고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