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둔화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연일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고 있다. ‘깜짝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성 공급 의지를 밝힌 데 이어 1년 동안 묶어놓은 단기 정책금리마저 낮췄다.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은 25일 시중은행에 2000억위안(약 38조원) 규모 자금을 공급하는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연 2.3%로 결정했다. 종전 연 2.5%에서 0.2%포인트 내린 것으로, 예정에 없던 깜짝 인하다.
MLF 대출은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일종의 유동성 조절 도구다. MLF 금리가 낮아지면 시중은행은 더 싸게 돈을 빌려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1년 만기 MLF 금리는 지난해 8월 연 2.5%로 0.15%포인트 인하된 뒤 전일까지 변동 없이 유지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통상 MLF는 매월 중순에 취급되기 때문에 이날 돌아오는 만기가 없었다”며 “이 때문에 인민은행이 2000억위안을 새로 설정해 시장에 신규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MLF 금리 인하가 지난 22일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인하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올해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아 부진한 상황이어서 전방위적으로 금리를 내려 유동성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중국 5대 국유 상업은행은 일제히 위안화 예금 금리를 낮췄다. 올 들어 처음 단행된 예금 금리 인하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공상은행·중국농업은행·중국은행·중국건설은행·교통은행 등 5대 대형 은행은 이날 보통예금 금리를 연 0.2%에서 연 0.15%로 내렸다.
CCTV는 “22일 인민은행이 1년 만기와 5년 만기 LPR 금리를 0.1%포인트씩 인하한 것이 시중은행 금리 조정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중은행이 향후 대출금리도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민은행 산하 경제지 금융시보는 “예금 금리 인하가 기업과 가계의 저축성향을 낮춰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며 “자본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촉진해 금융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인민은행이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이 쉽지 않아 중국 정부의 성장 지원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블룸버그가 분석가 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이 4분기 인민은행이 1년 만기 LPR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BN암로는 “오는 9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이 높아 인민은행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릴 여지가 생겼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