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은 싫다"…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캔버스 위로 옮기는 '실험의 작가'가 떴다

입력 2024-07-26 09:23
수정 2024-07-26 11:07


인간이 카메라보다 더 정확히 무언가를 재현할 수 있을까. 사진이 나타난 이후 인간은 재현의 영역에서 한 발 뒤쳐졌다. 인간의 능력으로 완벽한 재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따라 그리는 것이 곧 화가의 능력이라던 것도 이제 역사 속 이야기가 됐다.

김형수 작가는 인간이 가진 재현의 한계를 창조의 기회로 바라봤다. 작가 김형수가 포착한 기회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운동繪(회)'를 통해서다.

김형수의 작업은 영상 등 움직이는 미디어 작업을 회화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기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짧은 영상 작품을 캔버스 위에 옮기는 작업이다. 움직이는 물체를 멈춰 있는 그림으로 옮기며 시간도 회화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미술의 역사에서 재현의 역할이 이미 사진기에 의해 대체되었다"며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조건 속에서 재현은 관습적이고 판에 박힌 형식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모더니즘 작가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는 그가 미디어와 영상을 기반으로 작업을 펼친 데에는 그의 대학시절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대학원에서는 만화를 전공한 '만화 학도'였다. 움직이는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게 된 데에도 이 경험이 바탕이 됐다. 산업계도 그의 실험적 예술성을 알아봤다. 삼성전자는 2017년 출시했던 휴대폰 '노트 8'에 그의 일러스트와 포토드로잉을 삽입하기도 했다.

전시는 8월 24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