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를 보유한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미디어 제국'의 미래를 놓고 3명의 자녀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편집 방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93세인 머독은 지난해 말 후계자인 장남 라클란(53)이 미디어 그룹을 전담할 수 있도록 가족 신탁 조건을 바꾼 탓에 다른 세 자녀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전까지 회사의 의사 결정에 네 자녀 모두에게 동등한 발언권을 부여했다. 머독이 장남 라클란을 공식 후계자로 지정했지만, 형제들의 발언권도 보장한 것이다. 다섯 번 결혼한 머독의 여섯 자녀 가운데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 프루던스(66), 두 번째 결혼중 태어난 딸 엘리자베스(56)와 두 아들 라클런과 제임스(51)가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세 번째 아내 웬디 덩과의 사이의 두 딸 그레이스(23)와 클로에(21)에게는 의결권이 없다.
호주 출신의 머독은 폭스 뉴스와 WSJ 뿐만 영국 더 타임스와 더 선 호주의 스카이 뉴스 등 주요 신문과 방송을 거느린 미디어 제국의 창업자다. NYT는 "놀랍게도 (가족 간) 다툼이 완전히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행돼 왔다"면서 머독이 보수 세력으로서 자신의 미디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가 입수한 법원 문서에 따르면 머독은 보수파인 장남이 정치적으로 중도 성향인 형제들의 간섭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만 편집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편집 방향이 유지될 때 회사의 상업적 가치를 보호할 수 있고, 나머지 자녀들에게도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장남 라클란은 아버지 편에 선 반면 제임스, 엘리자베스, 프루던스 등 나머지 세 자녀는 아버지를 막기 위해 뭉쳤다. 이번 재판은 오는 9월 시작될 예정이며, 양측은 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차남 제임스는 라클란이 2005년 회사를 떠났을 때 회사를 맡아 폭스 TV에서 탄소배출 제로 정책을 추구하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훌루,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과 같은 브랜드를 키웠다. 그는 민주당 지지 성향 엘리트들에게도 존경받기 위해 노력했다. NYT "도널드 트럼프가 부상하는 동안 머독과 라클란은 회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폭스뉴스를 더 오른쪽으로 밀어붙였다"며 "이는 나머지 세 자녀를 점점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