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3' 이응복 감독 "시즌3 혹평? 내가 보기엔 재밌던데" [인터뷰+]

입력 2024-07-25 14:15
수정 2024-07-25 14:15


이응복 감독이 '스위트홈3' 작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심경을 솔직히 전했다.

이응복 감독은 25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3' 인터뷰에서 "시즌2 공개 후 호불호 반응을 보면서 부담감이 상당했다"며 "최선을 다했다. 내가 보기엔 재밌다"고 자평했다.

'스위트홈' 시리즈는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렸다. 본격 크리처 장르에 도전한 한국 시리즈로 개개인이 가진 서로 다른 욕망으로 탄생한 다양한 괴물이라는 전에 없던 발상과 시도, 이의 성공적인 구현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K-크리처 장르물의 재미와 개성을 알렸다.

갑작스러운 괴물화 사태와 함께 혼란에 빠진 그린홈 주민들 송강과 이진욱, 이시영, 고민시와 이도현 등 시즌1의 주역들은 물론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진영과 유오성, 오정세, 김무열, 김시아까지 괴물화 사태를 직면한 다양한 인간군상을 각자의 개성으로 그려냈던 배우들이 '스위트홈' 시즌3을 통해 다시 한번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공개 후 일각에서는 "시즌1보다 못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응복 감독은 "그런 반응들까지 감사하다"면서 지난 5년간의 '스위트홈' 프로젝트를 돌아봤다.

▲ 5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이 쉽진 않았다. 주요 스태프가 한명씩 이쯤에서 그만두면 되지 않을까 말할 정도로 힘들었다. 그런 두려움 속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 이렇게까지 관심을 갖게 될거란 생각을 못했다. '조용히 해보고 끝내자' 정도였다. 하다보니 고난도 많이 겪고, 즐거움도 있었고, 새로운 걸 하나씩 해낼때 기쁨도 있었다. 시즌1이 처음 공개됐을 때, 코로나 시기였는데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해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큰 사랑을 주신 덕분에 시즌2, 3까지 올 수 있었다. 그 자체로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크리처라는 장르가 신기하고 고맙게 생각했다. 시행착오도 있었고, 그 덕분에 나온 결과물이 지난주에 공개가 됐다. 최선을 다했다.

▲ 제작발표회에서 '재미로 돌아왔다'고 했는데 돌아온 거 같나.

솔직히 전 재밌다. 그런데 여러 고민이 되는 부분이, 밥 먹을 땐 못 보겠더라. 잔인하거나 이런 것들 때문에. 감정의 리얼함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드러내려면 상황이 잘 구현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인공들이 다시 만나고, 새로운 갈등을 겪고 이런 부분들이 안타깝지만. 누구나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과 인간애들이 회복되길 바랐고, 이런 부분이 감동으로 오길 바랐다.

▲ 시즌2 혹평 후 시즌3을 해야 한다는 부분이 부담되지 않았을까 싶다.

시즌2에서 풀지 못한 부분을 잘 풀고, CG부분에 있어서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화면으로 보니 다르더라. 평균값을 잘 도출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작업을 했다. 부담감을 많이 주셨다. 많은 분이 그렇게 '스위트홈'을 사랑했는지 몰랐다. 제 입장에서는 행복한 질책이라 정신 바짝 차렸다. '산만했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구성을 하다보니 그렇게 된 거 같다. 처음에는 밀폐된 공간에서 하는 게 예산도 덜 들고, 안전하고, 캐릭터적으로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즌2, 3로 확장하면서 스타디움을 고민하게 됐다.

▲ 그런데도 시즌3 결말과 성적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는 반응도 있다.

현수(송강 분)처럼 괴물이 되지 않고 지키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튀어나와 악행을 막은 거고, 원작 팬들 입장에서 봤을 때 상욱이가 돌아왔는데 불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생각할 지점을 드린 건데 그게 전 슬프고 감동적이었다. '스위트홈' 세계관에 맞는 내적인 힘으로 괴물을 이겨낸 거다. 지금 스코어도 전 감사하다. 더 많은 분이 보셨으면 좋겠지만 시스템도 바뀐 거 같다. 넷플릭스 보는 패턴도 바뀌고, 나왔을 때 엄청난 관심을 쏟아붓고 보는 게 아니라 언제든 꺼내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 연출자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이 바뀐거 같나.

최근에 '선재업고튀어'라는 드라마가 흥행했는데, 이게 트렌드에 맞는다고 보긴 힘들지 않나. 트렌드에 맞고, 새로움을 주는 작품들이 결국은 사랑받는 거 같다. 제가 좋아하고, 하고자 하는 것도 결국 사람 얘기인 거 같다. 통속적인 얘기도 좋고,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사람 냄새나는 가족의 얘기인 거 같다. 장르와 상관없이 비슷한 얘기를 하는 거 같다. 장르적인 걸 빼려고 한다. 이번에도 크리처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결국 사람 얘기인 거 같다.

▲ 지상파 드라마를 할 때와 OTT 드라마를 할 때와 화법이 다르지 않나.

저의 마지막 드라마가 '미스터션샤인'이었다. 그때도 '어렵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당시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백정'이 올라왔다. 백정들이 핍박당하고, 주인공은 안나오고, 전투신만 길다고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했다. 뭔가를 궁금하게 하는 얘길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대가 변하고, 흐름도 많이 바뀌지 않나. 그럼에도 질문을 던지는 게 저의 일 같다. 낯설어하더라도 계속 질문을 던지고, 담론을 가졌으면 했다.

▲ 송강, 이도현처럼 처음엔 신인이었던 배우들이 성장했다. 이들에 대한 분량 조절이 있었을까? 제발회에서도 이들 분량을 언급했다.

최대한 늘렸다.(웃음)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정확하게 찍으려고 했다. 그들이 대기하는 시간도 길었는데, 그래서 낭비되는 장면 없이, 쓸데 없는 거 없이 정확히 찍어주려고 했다. 두 사람의 호흡이 팽팽하니 보기 좋았다. 멋있었다. 커서 다시 만난 느낌이 흑화된 은혁(이도현 분)과 성장한 현수의 모습이 동일시돼 좋았다. 비중 반응도 나오는데, 박수칠 때 떠나야 좋은 거라는 말을 했고, 그분들 외에 다른 좋은 배우들도 있었다. 최선의 역할을 다하고 갔다.

▲ 이도현이 입대 전에 찍느라 '파묘', '나쁜엄마', '이제 곧 죽습니다'까지 같이 찍었다.

그때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던 터라 최대한 조율해 진행했어야 했다. 도현이가 많은 작품을 해도 캐릭터마다 싱크로율이 워낙 높아서 현장에서 어려움 없이 속도감 있게 했다. 캐릭터가 달라져서 단순 비교가 힘들지만, 자세부터 다르더라. 제가 뭔가 말하지 않아도 캐릭터 몰입이나 연기든 뭐든 간에 잘 해냈던 거 같다. 송강과 이도현의 만남은 다시 볼 수 없는 조합이라 했지만, 또 봤으면 좋겠다.

▲ 고민시 역시 크게 성장한 배우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시즌1부터 어떻게 풀리리지 기획 중이었다. 대본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캐스팅했다. 그런데 너무 잘하더라. 활력소가 됐고, 힘을 받았다. 작품 안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활력을 줬다. 작품 외적으로도 '으쌰으쌰' 하면서 2, 3까지 엄청난 응원이 됐다.

▲ 지금까지 많은 흥행작을 했다. 연출작 중 시리즈물로 또 하고 싶은 작품이 있을까.

저에게 저작권이 없다. 그래도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스위트홈'인 거 같다. 중간이나 전의 얘길 더 해보고 싶다. 주인공들의 얘기가 빠져있는데, 생략된 얘기들, 압축된 얘기들을 더 해보고 싶다. 아쉬움은 늘 있다. 실제로 썼다가 없앤 부분도 있고. 신인류가 됐을 때 공격받고, 그걸 발견하는 현수의 모습이라던가.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