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끝나고 와인 한잔?"…라운지 바 마련된 이 회사 [中企톡톡]

입력 2024-07-25 10:05
수정 2024-07-25 10:24


직원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 바'가 있는 회사가 있다. 위스키를 비롯해 보드카, 럼, 테킬라 등 다양한 술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폰트 업계 1위 회사 산돌의 얘기다.

산돌은 1984년 잡지사 디자이너 출신인 석금호 의장이 세운 회사다. 그는 잡지사에서 일할 당시 인쇄 기계와 폰트(글꼴)를 일본에서 들여와 사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회사를 차린다. 예수의 별명이기도 한 회사명은 한글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녔다는 점을 고려해 지었다.

석 의장은 잡지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양질의 폰트를 만들기 위해 몰두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맑은 고딕을 비롯해 네이버의 나눔고딕, 애플의 산돌고딕 네오1 등의 폰트가 석 의장의 손을 거쳤다. 지난달에는 폰트 업계 2위 회사인 윤디자인그룹을 합병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산돌은 임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복지가 잘 마련된 회사다. 라운지 바는 업무가 끝나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수요를 반영해 직원들이 원하는 술을 채워 넣는다“며 ”야근하거나 업무가 끝나고 가볍게 술을 마시며 친목을 도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자기 계발 시간제'는 외국어를 비롯해 디자인, 코딩 등 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산돌만의 또 다른 복지다. 자기 계발 시간제는 일일 근무 시간 8시간 가운데 1시간을 자기 계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사전에 제출한 계획에 맞춰 자기 계발 결과를 보고하는 구조다. 이를 활용해 오전 10시에 출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직원 휴게실에는 척추교정 치료기법인 '카이로프랙틱' 서비스를 제공한다. 피로 해소와 건강 증진을 위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 회사 내에는 150여 대의 활판 기계가 구비된 '활자 박물관'이 있다. 이 전시관에 마련된 매킨토시 컴퓨터를 국립현대미술관이 대여해 전시에 활용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간이 부족해 구비하지 못한 활판 기계만 대형 컨테이너 한 박스 규모"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산돌의 복지제도는 석 의장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산돌은 지난 5월 석 의장이 갑작스레 급사하면서 외부 전문 경영인 출신인 윤영호 대표를 중심으로 체제를 정비했다.

윤 대표는 "우리 한글을 잘 가꾸고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달라는 게 2018년 당시 석 의장님이 말씀하신 합류 조건"이라며 "그 약속을 지키면서 한글의 멋과 미를 살리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