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들개 400만마리 '공포'…결국 대통령까지 나섰다

입력 2024-07-25 07:33
수정 2024-07-25 08:54


튀르키예에서 '떠돌이 개'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개를 안락사할 수 있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반발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인 일간 데일리사바흐에 따르면, 전날 이러한 내용이 담긴 동물복지법 개정안이 튀르키예 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발의한 이 법안은 말기 질환을 앓거나 인간에게 건강 위험을 초래하거나 공격적인 개에 대해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 초안은 유기·야생견을 안락사시킬 수 있다고 명시했다가, '동물 학살'이라는 반발이 거세게 불자 "수의사법 9조 3항의 규정을 시행한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튀르키예 수의사법 9조 3항에 따르면, 고통을 겪고 있거나 치료가 어려운 질환을 앓는 개, 공중 보건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인 개 등을 예외적인 안락사 허용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튀르키예 전국적으로 들개 개체수는 약 400만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개 물림'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수도 앙카라에서 10세 어린이가 개떼에 물려 크게 다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이를 예방하는 입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2022년에는 9세 어린이가 떠돌이 개들에게서 도망치다가 트럭에 치여 사망한 일도 있었다. 2022년 이후 최근까지 들개 공격으로 65명이 숨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AKP 당내 회의에서 "우리는 세계 문명국가나 현대도시 어디에도 없는 떠돌이 개 증가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며 "들개가 우리의 소중한 어린이들을 공격하고 있다"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갈수록 많은 국가가 들개 때문에 튀르키예 여행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면서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통제 불능이고 개입하지 않으면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동물 권리 옹호론자들은 일부 지자체가 개들을 보호하기 위해 투자하기보다 개가 아프다는 구실로 안락사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며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법안을 '학살법'이라고 규정했다.

동물 권리 단체는 각 지방정부가 떠돌이 개를 포획해 중성화하고 광견병 등 예방접종을 맞힌 뒤 방사해야 하는 기존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면 떠돌이 개 개체 수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떠돌이 개가 폭증한 것은 지방정부가 이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단체 주장이다.

집권당이 제안한 개정안은 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투표에 부쳐진다. 의회가 여름 휴정에 들어가기 전에 처리될지는 불분명하다고 AP는 설명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