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사태' 겪고도…제도 미비가 禍 키웠다

입력 2024-07-24 18:08
수정 2024-07-25 02:23
정부가 티몬과 위메프 판매자(셀러)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24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및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를 감독할 명확한 수단이 없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업체의 환불 의무를 규정한 법안이 오는 9월에야 시행되는 등 법과 제도 미비로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날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회의를 열었다. 우선 판매자와 소비자 피해 현황 파악에 들어갔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직원들도 당황해 협조가 잘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다른 관련 부처도 내부 회의를 통해 대응책을 모색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산 지연이나 미정산 문제를 살펴보고 있지만 민사상 채무 불이행 문제라 공정거래법 적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전자상거래 기업이자 PG 업체다. PG업은 소비자에게 물품·서비스 판매 대금을 받아 판매자에게 전달하는 사업이다. PG업을 하려면 전자금융법에 따른 형식적 요건을 갖춰 금융위에 등록만 하면 된다.

감독 범위도 좁다. PG 업체 감독권은 주로 해킹 방지, 소비자 정보 보호 등 기술적 측면에 국한돼 있다. 금융사와 달리 재무 건전성을 살펴보고 개선 명령을 내릴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런 제도 미비 탓에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와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불충전금 보호, 가맹점(판매자)의 환불 의무 도입 등을 담은 전자금융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행은 오는 9월 15일부터다. 게다가 개정법은 선불업자 규제 중심이어서 PG업 관리·감독 수단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판매자 정산 주기와 판매대금 보관 방식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점은 전자상거래업 관련 대표적 입법 미비 요소로 꼽힌다. 대기업 유통사는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상품이 팔린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40~6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해야 한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에는 이런 법·규정이 없다.

정부는 전자상거래업계의 판매자 정산 주기와 대금 보관 방식, 규모 등에 대한 일제 점검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대금을 제3의 금융회사에 맡기는 ‘에스크로 정산시스템’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 머지포인트 사태

전자상품권인 ‘머지포인트’를 액면가보다 20%가량 할인 판매하면서 가입자 100만 명 이상을 끌어모은 서비스. 2021년 8월 갑자기 사용처를 대폭 축소하고 환불을 미루면서 200억원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아직 환불받지 못한 피해자가 상당수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