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 된 상추·깻잎…도매가 20% 더 뛴다

입력 2024-07-24 17:27
수정 2024-08-01 19:36

예고 없이 강한 비를 쏟아내는 ‘도깨비 장마’가 이어지면서 농작물 가격이 고공 상승하고 있다. 당분간 이런 날씨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상추, 깻잎 등의 가격은 2주 뒤 최대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24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이날 기준 ㎏당 8742원인 상추 도매가는 다음달 2일 9833원까지 치솟은 뒤 8월 첫째 주까지 9000원대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팜에어 장·단기 가격예측 시스템은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지역 데이터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1년 뒤까지 가격을 예측한다. 상품(품질·가격이 상위 10%인 농작물) 가격 기준으로 오차율이 6.9%, 중품 기준 16.1%, 하품 기준 16.2%다.


단기적인 오름세가 예상되는 작물은 상추뿐만이 아니다. 부추도 이날 ㎏당 도매가가 7540원에서 다음달 6일 8868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마늘(5413원→6235원), 깻잎(7540원→8868원), 대파(1850원→2245원)도 같은 기간 일제히 오를 전망이다. 여름 제철 과일인 포도도 이날 9128원에서 2주 뒤 1만93원으로 1만원대를 뚫을 것으로 예측됐다.

도매가가 상승하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소매가도 덩달아 비싸지는 만큼 밥상 물가 역시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상추는 2097원으로 이달 1일(1008원)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기상 여건이 작황에 영향을 미치면서 대형마트 바이어들은 정상품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대형마트 채소담당 바이어는 “장마로 인해 농가들이 침수 피해를 보면서 손상된 작물이 많아졌다”며 “특히 상추, 깻잎 등 잎채소는 한 장 한 장이 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21일 폭우로 인해 피해를 본 농작물 면적은 1389㏊(헥타르·1㏊는 1만㎥)에 달한다. 축구장 1950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잎채소뿐 아니라 과일 품질도 전체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수박 참외 등은 쨍쨍한 날씨에 잘 자라는데, 최근 장마와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당도가 낮아졌다. 특히 부여, 논산 등이 주산지인 수박은 충남 지역의 60%가 침수 피해를 보면서 가격이 널뛰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몇 주 전에는 당도와 품질이 낮아 ‘하품’에 판매되던 수박이 지금은 ‘중품’으로 팔린다”며 “당도 높거나 품질 좋은 과일이 그만큼 찾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이 널뛰자 정부는 수급 안정을 위해 이달 배추와 무 비축분을 하루 300t 이상 방출하기로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