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총 771가구)는 작년 9월 1순위 청약에서 1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계약 단계에서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다. 전용면적 84㎡ 기준 최대 14억원에 육박한 분양가가 당시만 해도 비싸다고 인식돼 당첨자가 대거 계약을 포기했다. 그랬던 이 단지가 8차례에 걸친 임의공급 등을 통해 미계약 물량을 꾸준히 털어내며 ‘완판’(100%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 급등세와 기존아파트 매매가 상승세 등이 맞물리며 수도권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 신규 분양 단지엔 청약자가 몰리고, 장기 미분양 아파트도 속속 주인을 찾고 있다. 새 아파트 인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변역 아이파크·더샵 둔촌 ‘완판’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광진구에서 선보인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215가구)는 최근 분양이 100% 완료됐다. 지난달 1순위 청약을 받은 뒤 이달 초 계약을 시작했다. 한 달도 안 돼 완판 단지에 이름을 올렸다. 한강과 가까운 데다 분양가(전용 84㎡ 기준 12억원대)도 합리적으로 책정된 게 완판 비결로 꼽힌다. 1순위 경쟁률이 494대 1에 달해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했던 곳이다.
강동구 둔촌현대1차를 리모델링하는 ‘더샵 둔촌포레’(572가구)도 지난달 완판 행렬에 올라탔다. 지난 3월 청약을 받은 뒤 일부 미계약이 나타나 지난 4월 14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주인을 모두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동작구에서 소형 면적 위주로 공급된 ‘동작 보라매역 프리센트’(124가구)도 계약률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강주택이 경기 성남 대장지구에서 내놓은 고급 테라스하우스 ‘판교TH212’(212가구)도 최근 100% 분양됐다. 높은 분양가라는 지적에 당초 27가구를 모집한 특별공급에 2명만 접수했고, 1·2순위 합계 경쟁률도 2.1대 1에 그쳤다. 하지만 계약 후 3개월여 만에 미분양을 모두 털어냈다. 서울 서대문구 ‘경희궁 유보라’(199가구)와 경기 오산 ‘오산역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730가구) 등도 단기 완판에 성공한 경우다.
비교적 오랜 시간 미분양을 안고 있던 수도권 단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월 청약을 받은 광명시의 대단지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뷰’(2878가구)도 최근 완판에 성공했다. 운정 풍경채 청약에 2.6만명 몰려업계에서는 자잿값과 인건비, 금융비 등 인상 여파로 분양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지금 당장 분양가가 비싸 보여도 장기적으론 이득이라는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4월부터 4개월째 뜀박질 중인 것도 분양 열기를 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달 공급된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1101가구)와 성북구 ‘푸르지오 라디우스 파크’(1637가구)도 1순위 청약에 각각 4만988명, 1만2830명 몰렸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앞으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한몫하면서 새 아파트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서울은 시세보다 10% 높은 수준에 분양가가 책정돼도 청약에 대한 관심이 높게 형성될 정도”라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 주요 지역 단지에선 ‘청약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역세권인 파주 운정신도시의 ‘제일풍경채 운정’(520가구)은 지난 23일 이뤄진 일반공급에서 209가구 모집에 2만6449명이 접수해 전 타입 1순위 마감했다.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중흥S-클래스’(317가구), 화성 ‘동탄역 대방 엘리움 더 시그니처’(464가구), 파주 ‘운정3 이지더원’(379가구),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1694가구), 과천 ‘과천 디에트르 퍼스티지’(740가구) 등도 청약에 수만 명이 몰렸다.
이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