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으로 울려 퍼지는 기업과 문화·예술의 하모니

입력 2024-07-24 16:17
수정 2024-07-31 10:41
기업의 메세나(mecenat: 문화·예술계 후원) 규모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비주류·다원예술 및 연극, 무용 등 소수 장르에 대한 지원이 크게 늘고 수도권 외 지역의 지원 비중도 증가했다. 다만 여전히 대부분의 지원이 인프라와 미술·전시, 클래식 분야에 집중된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1996년 조사 이래 최대 규모 한국메세나협회가 발표한 ‘2023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과 기업 출연 문화재단 등 729개사의 문화예술 지원 금액은 총 2087억8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073억4400만원) 대비 약 0.7% 늘었다. 해당 조사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원 건수(1570건)도 전년 대비 19.1% 증가했다.

다만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사실상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10년 간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약 1800억~2000억원 사이에 머물러 있어서다. 지난해 지원 기업 수도 515개로 전년 대비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세나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최근 10년 간 추이로는 사실상 정체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분야별로는 공연장·복합문화공간·미술관 등 인프라 지원(1205억1500만원)이 57.7%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대비 약 1.7% 증가했다. 미술·전시 분야 지원은 306억6400만원으로 같은 기간 0.7% 감소했으나 전년도에 이어 2순위를 유지했다.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전시 개최 및 지역 아트페어 후원, 아트콜라보레이션 등의 지원이 있었다. 오케스트라·오페라·합창·음악축제 등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 클래식 분야(174억4700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비주류·다원예술 및 영상·미디어, 연극, 무용 등 분야의 지원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비주류·다원예술 분야 지원 규모는 65억5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6.2% 상승했다. 융·복합 예술에 대한 기업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무용 분야 지원도 같은 기간 81.3% 증가했다. 영상·미디어와 연극은 각각 18%, 7.4% 늘었다. 다만 해당 장르 모두 전체 지원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불과해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 지원 비중이 커졌다. 지난해 수도권 지원 비중은 58.8%로 전년(62.5%) 대비 3.7%포인트 줄었다. 반면 수도권 외 지원 비중은 36.9%로 전년(30.2%) 대비 6.7%포인트 늘었다. 대구가 10.3%로 전년(2.9%) 대비 크게 올랐다. 지역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SG 회의론’에 메세나도 영향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문화예술을 지원한 기업은 전년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기업은 ESG 경영 관점에서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기획한다’는 문항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는 문항의 긍정적 답변도 3.2% 줄었다. ESG 경영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일부 회의적인 시각과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따른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기업의 경영 방식과 예술지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원 주체별로는 개별 기업 부문에서 KT&G가 2022년에 이어 지난해도 1위를 기록했다. KT&G는 서울·춘천·논산·부산 등에서 복합문화공간 ‘KT&G 상상마당’을 운영하며 시각·다원예술을 비롯해 비주류 장르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기업 출연 재단 부문에선 리움·호암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의 지원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메세나협회는 지역 기업의 메세나 활동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메세나협회 관계자는 “문화예술 후원의 효과와 중요성이 확산되면서 지역 곳곳에 메세나 단체가 설립돼 지난해에만 2개 단체가 출범, 현재 국내 총 8개 단체가 활동 중”이라며 “기업과 예술계의 협력을 연계하는 메세나 단체들이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정부와 각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