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업계는 요즘 고민이 한가득이다. 전기자동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침체)이 길어지고 있는 데다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어서다. 실적이 악화하다 보니 배터리회사마다 ‘군살 빼기’에 들어갔다.
SK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장이 악화하든,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든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사람이다. “제조업 경쟁력은 혁신에서 나온다. 그걸 만들어내는 건 결국 사람이다”라는 이석희 SK온 최고경영자(CEO·사장·사진)의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 사장은 지난 22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CEO특강에서 “성장을 위해선 사람에 대한 투자,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사장은 강의장을 가득 채운 서울대 학생들을 향해 “제가 이 자리에 온 건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이라며 “(여러분이) 배터리업계의 인재가 돼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반도체 연구원, 인텔 연구원,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SK하이닉스 대표 등을 거쳐 지난해 말 SK온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최신 기술 트렌드를 꿰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통 CEO’로 분류된다. 미국 인텔에서 일할 때 ‘인텔 기술상’을 세 차례나 수상할 정도로 최정상급 엔지니어였다.
이 사장은 “저도 한때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학생이었다”며 “여러분도 저와 함께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은 ‘정해진 미래’라고 했다. 이 사장은 “자동차 전동화는 갈 수밖에 없는 미래”라며 “배터리 시장이 커진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건 누가 승자가 되느냐”라며 “승자가 되기 위한 핵심은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며, 이를 해낼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배터리산업의 본질은 ‘기술 기반 제조업’”이라며 “치열하게 기술 역량을 높여야 하는 건 엔지니어와 연구자의 숙명”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시장이 살아났을 때 경쟁사보다 더 강하게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SK온은 대규모 수주와 적극적인 증설을 통해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왔다”며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배터리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은 이날 CEO강연 직전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1 대 1 취업멘토링을 진행했다. SK온은 인재 양성과 영입을 위해 KAIST, UNIST, 성균관대, 한양대 등과 협력해 배터리계약학과를 개설하고 석·박사를 양성하고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