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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채권단과 200억달러(약 27조7000억원) 규모의 채무 구조조정에 합의했다.
세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민간 채권단, 국제통화기금(IMF), 양자 파트너와 수개월간 논의한 끝에 공공 외채의 포괄적인 구조조정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안은 우크라이나 채권 보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효력을 발휘한다.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채권단은 채권 액면가의 37%인 87억달러를 할인하기로 했다. 나머지 액면가 40%는 내년부터 이자를 지급하는 2029~2036년 만기 채권, 23%는 2030~2036년 만기 채권 등 두 가지로 나눠 롤오버(만기 연장)한다. 2030~2036년 만기 채권은 2027년까지 이자를 주지 않지만 2028년 우크라이나 경제성장률이 IMF 기대치를 넘어서면 지급액이 증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향후 3년간 114억달러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합의는 우크라이나의 채무 상환 기한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이뤄졌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채무 상환을 2년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고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였다. 채무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국가 부도(디폴트)에 처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채무 구조조정 협상은 채권단과 우크라이나 정부 간 의견 불일치로 어려움을 겪었다. 협상 초기 금융사들은 전면적인 채무 유예를 제안했다. 그러나 전쟁 2년 차인 지난해 전년 대비 5.3% 성장한 우크라이나 경제와 동맹국의 현금 지원 등을 보고 입장이 바뀌었다.
지난달 채권단은 우크라이나에 2027년까지 이자 25억달러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측 제안의 네 배에 달하는 액수다. 이에 우크라이나 의회는 디폴트에 대비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이 같은 분위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급변했다. 로이터통신은 협상 관계자들 발언을 인용해 오는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우크라이나 지원이 흔들릴 위험이 높아지자 채무 구조조정 압력이 커졌다고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