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준 서울에서 아파트 매수세가 가장 강한 지역은 강동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송파구와 노원구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신축 대단지가 많은 데다 잠실 등에 비해 가격과 규제 측면에서 장점을 갖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성동구, 서대문구, 광진구 등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4개월 연속 아파트값 상승세에 힘입어 서울 전체 거래량은 3년6개월 만에 7000건을 돌파했다.
고덕그라시움, 거래량 2위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062건으로 2020년 12월(7745건) 후 최다를 나타냈다. 25개 구 중 강동구의 아파트 거래량이 559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4월만 해도 229건에 그쳤는데 5월에 309건을 기록하더니 600건 돌파를 눈앞에 뒀다. 송파구(517건), 성동구(474건), 노원구(431건), 강남구(400건) 등이 강동구의 뒤를 이었다.
그동안 송파구와 노원구가 서울 거래량 최상위권을 다퉈왔다.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는 노원구가 줄곧 1위를 꿰찼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학군이 좋아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효과’를 타고 젊은 층이 몰렸다. 올해 들어선 송파구가 존재감을 보였다. 1~5월 중 2월(노원구)을 제외하고 서울에서 송파구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교통, 학군, 직주근접 등 여러 요인을 종합했을 때 전통적으로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지난달 1위가 바뀐 이유는 송파구가 주춤했다기보다 강동구가 타지역 대비 월등한 거래량 증가 폭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 재건축 아파트보다 준공 10년 이내 준신축 대단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강동구엔 이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가 적지 않다. 인근 송파구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실수요층이 탄탄한 데다 최근엔 외지인 등 투자자도 강동구를 선호하고 있다”며 “잠실의 배후 주거지역 역할을 하는데 규제지역에서 빠져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입주하는 ‘올림픽파크 포레온’(1만2032가구)이 계속 회자하면서 지역 전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빅데이터 플랫폼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서울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단지는 송파구 ‘파크리오’(70건)였고, 강동구 ‘고덕그라시움’(68건)이 뒤를 이었다. 국내 최대 단지(9510가구)인 ‘헬리오시티’(62건)를 웃돌았다. 강동구 아파트 중 ‘고덕아르테온’(60건)과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45건)도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 성동·서대문도 약진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는 성동구도 주목받고 있다. 성동구의 지난달 거래량은 474건으로 올해 1~5월 평균(199.4건)의 두 배를 웃돌았다. 서대문구(134건→296건)와 광진구(79.2건→177건), 서초구(178.4건→382건), 마포구(187.6건→371건)도 지난달 거래가 1~5월 평균치를 크게 웃돈 곳이다.
외곽 지역은 열기가 덜한 편이다. 서울에서 거래량 증가율이 가장 부진한 자치구는 구로구, 도봉구, 노원구 등이었다. 노원구의 거래량은 5월 349건에서 지난달 431건으로 늘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타지역 대비 증가세가 더디다. 1~5월엔 거래량 순위에서 1위 아니면 2위였는데 지난달 4위로 내려왔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노원구는 갭투자나 재건축 등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라며 “높은 분담금 등으로 재건축 기대심리가 떨어지고,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매매가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성동구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1.24%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1.06%), 용산구(0.92%)가 뒤를 이었다. 이에 비해 도봉구(0.04%), 노원구(0.17%), 강북구(0.21%)는 나란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