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 등 메탄 관리 나서는데…"수소 경제 위해 메탄 관리는 필수"

입력 2024-07-23 15:57


수소 경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메탄 감축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소(H2)가 메탄 흡수원인 수산화이온(OH)과 화학적으로 쉽게 반응한다는 점에서다.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22일 ‘글로벌 메탄 정책과 데이터’를 주제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2050 미래전략 포럼’ 발제에서 "한국이 수소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메탄 감축에 더욱 앞장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포럼은 기후변화센터와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주최로 열렸다.

국내 수소 총 생산량은 연간 190만 톤이다. 대부분 화석연료 기반의 그레이수소, 블루수소다. 특히 블루수소는 메탄(CH4)이 주성분인 천연가스의 개질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는 점에서 메탄의 탈루 배출량이 막대하다. 정 교수는 "공기보다 가벼운 수소가 (생산, 운송 등 과정에서) 대기로 일부 빠져나가면 메탄 흡수원인 OH와 반응을 일으켜 물을 생성한다"며 "이 경우 메탄을 자연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흡수원이 수소로 인해 사라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메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주요국은 2021년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한다는 ‘글로벌 메탄 서약’을 체결했다. 이후 올해 5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국들은 메탄 규제안을 발표했다. EU는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메탄 배출량을 추적하고, 글로벌 메탄 모니터링을 수립하는 등 메탄 감축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메탄 배출원에 대해 제3자의 감시 및 보고 사항을 인정하는 고강도 규제안을 도입했다. 위성 대기 관측을 통해 메탄 탈루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3자의 보고 대상이 될 경우 해당 사업장은 15~30일 내 시설 보수 의무를 진행해야 한다. 정 교수는 "이는 흡사 범칙금과 같은 형태로 규정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이어 국내 석유 및 가스 공급 경로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 측정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노후 도시가스 배관, LNG 복합화력발전소, 열병합발전소 등 메탄 배출원 대부분에서 상당량이 비산정됐다"며 "국내 석유 및 가스 공급 경로에서의 메탄 누출 관리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정병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학계에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명제가 있다"며 "메탄 배출원을 확인했으나 배출량 데이터의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메탄 측정 및 관리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태훈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과 사무관은 “탈루성 메탄 배출 모니터링 확대를 위해 산업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배출계수와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인벤토리를 기반으로 정책 수립에 참고하고 있어 향후 위성과 같이 실질적인 배출원을 파악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통계 고도화로 정확도를 높여 추가 감축 기회를 마련 및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상규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수소 산업의 배출 측정은 대부분 연료 소모량에 따라 그 효율을 산정하는데, 아직 탈루의 관점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며 “메탄이 (개질 공정을 통해 수소로) 전환되기 전 단계에서 탈루가 일어나는 발생량을 규정하고 측정 방법에 대한 표준화 법을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메탄이 대기 중으로 탈루되는 것을 막고, 이를 효과적으로 포집해 자원으로 활용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