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 투표 가야 하지 않겠어요? 나경원 후보가 2위로 결선 투표에 진출할 거예요."
- 나경원 후보 지지자
"결선 투표요? 절대 안 가죠. 무조건 원희룡이 과반 득표 1등입니다."
- 원희룡 후보 지지자
"처음부터 어려운 싸움이었어요. 지역구에서는 거의 대통령과 다름없는데…"
- 윤상현 후보 지지자
"한동훈이 무조건 과반 득표 1등이지. 당 대표가 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이야."
- 한동훈 후보 지지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열리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앞에서 기자와 만난 당 대표 후보들의 지지자들은 경선 예상 결과를 묻자 저마다 이렇게 대답했다. '원한'(元·韓) 갈등에 이어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논란'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논란이 끊이질 않으면서 전당대회 현장에서 지지자 간 충돌이 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으나, 오히려 지난해 전당대회 때보다도 지지자들 간 기싸움이 덜 치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행사장에서 지지자들은 두 개의 출입구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한 후보의 지지자들은 4번 출입구 앞에서 모였고, 원 후보와 나 후보의 지지자들은 3번 게이트 앞에서 섞여서 모여 있었다. 지지자들은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후보들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윤 후보 지지자들은 건물 안에서 무리를 지었다.
한 후보의 지지자들은 한 후보와 그의 전당대회 러닝메이트인 장동혁·박정훈 최고위원 후보,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후보의 얼굴을 삽입한 깃발을 높이 흔들며 "한동훈"을 외쳤다. 대다수는 40~60대 여성으로 보였다. "밝은 미래 위해선 반드시 당신이 필요해요"라는 '선거송'도 앰프에서 흘러나왔고, 흥에 겨운 듯 몸을 흔드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한 후보의 지지자들은 마치 임영웅 가수의 콘서트에서 '굿즈'를 지니고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처럼 저마다 한 후보의 이름 모양으로 만든 머리띠나 팔찌를 가지고 있었다. '한 후보 측에서 만들어서 나눠 준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 중년 여성 지지자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왔다"며 "(지지자들끼리) 만들어서 나눠 준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원 후보와 나 후보의 지지자들은 3번 출입구 앞에서 섞여 있었다. 두 후보 지지자들은 모두 꽹과리나 북을 응원전에 활용했다. 특히 나 후보 응원단은 짙은 얼굴 화장을 하고 북을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과거 전당대회 때부터 종종 목격된 모습인데, 한 후보 지지자들은 꽹과리나 북을 사용하지 않아,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다.
원 후보와 나 후보의 지지자들이 함께 줄을 이루고 있었던 탓에 원 후보 지지자가 "(원희룡이) 당 대표 돼 민주당과 싸우고 대통령을 지켜야 하지 않겠나. 이재명 누가 구속시킬 건가"라고 연호를 유도했을 때 나 후보 지지자들이 "나경원"을 외치는 황당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양 후보 지지자들 간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당 대표,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으로 구성되는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전날 마친 당원 선거인단 투표,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80%, 20% 비중으로 반영해 당선자를 가린다. 개표 작업은 오후 4시께 서병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의 개표 선언 이후 약 30분간 진행한다. 이후 오후 4시 30분께 청년최고위원, 최고위원, 당 대표 순으로 개표 결과를 일괄 발표한다.
당 대표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온다면 당선자들의 수락 연설 후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새 대표에게 당기를 넘기면서 전당대회가 종료된다. 그러나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오는 28일 1, 2위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은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나다순)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후보가 '일강' 흐름을 보인다.
최고위원 후보는 김민전·김재원·김형대·박용찬·박정훈·이상규·인요한·장동혁·함운경 등 9명,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김은희·김정식·박상현·진종오 등 4명이다. 이번에 선출되는 새 지도부는 올해 총선 참패에 이어 전당대회 기간 진흙탕 싸움으로 난장판이 된 당을 수습해야 한다. 당 쇄신, 당정관계 재정립 등도 주요 과제다.
고양=홍민성/신현보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