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1인자 빈자리' 수습 총력…"경영공백 최소화에 최선"

입력 2024-07-23 14:47
수정 2024-07-23 14:48
카카오가 그룹 핵심 과제와 경영쇄신 작업을 주도해 왔던 창업자의 구속에도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는 등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카카오는 23일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카카오)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A협의체는 카카오 그룹 컨트롤타워로 올 초 조직을 확대 개편한 뒤 구심점 역할을 맡아 왔던 조직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대표직으로 내정됐을 당시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과 함께 공동의장직을 맡게 됐다. CA협의체는 카카오와 독립된 기구로 그룹 내부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이루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카카오 준법경영을 위한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이날 "준법시스템 확립과 사회적 신뢰 제고라는 본연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다해 나갈 것"이라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카카오와 준신위가 내놓은 입장은 모두 한 줄짜리 짧은 메시지에 그쳤다. 김 위원장에 대한 법원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와 계열사 최고 경영진은 이날 이른 오전 정 대표를 중심으로 회의를 열고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경쟁사인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지 못하도록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가격을 설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17일과 같은 달 27~28일에 약 2400억원을 동원해 553회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의 가격으로 장내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카카오는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실패하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SM엔터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최대 주주 자리를 차지했다.

검찰은 다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시세 조종에 관여한 시점을 지난해 2월 28일 하루로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28일은 카카오그룹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가 개최된 날로 당시 회의에서 하이브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는 시세 조종 행위가 승인됐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당일 회의를 전후로 김 위원장이 포함된 투심위 단체대화방에서도 관련 대화가 오간 점을 고려해 시세 조종을 지시했거나 최소한 묵인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 SM엔터 장내 매수와 관련해 최종 의사결정을 한 인물로 김 위원장을 지목한 진술 역시 영장 청구 근거로 제시됐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한 차례 기한 연장을 포함해 최장 20일간 김 위원장을 구속할 수 있다. 이 기간 김 위원장을 상대로 시세 조종 지시·관여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다음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