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제한된 토지·빌딩 거래, 누구나 접근 가능한 시장으로" [집터뷰]

입력 2024-07-22 10:55
수정 2024-07-22 11:04



“토지도 자주 보고 관심을 가지면 아파트처럼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김범진 밸류맵 대표는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본사에서 “아파트보다 덜 대중적인 토지와 빌딩도 유연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밸류맵은 김 대표가 2017년 7월 출시한 토지·건물 플랫폼이다. 감정평가사로 일하던 그는 아파트 위주의 부동산 플랫폼이 대세였던 당시 토지 실거래가를 공개한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깜깜이’ 거래가 잦았던 토지와 꼬마빌딩 매매 시장을 투명하게 바꾸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올해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57만명에 이른다.

창업 전 감정평가사로 활용한 게 플랫폼 활성화에 기여했다. 김 대표는 “당시 제한적이었던 토지 정보에 대한 수요와 맞아떨어지며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선보인 토지 위탁 운영 서비스 ‘오픈스페이스’도 관심을 끌고 있다. 많은 사람이 세컨드하우스를 원하지만 땅을 사고 주택을 짓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김 대표는 “오픈스페이스는 사실상 토지 버전의 ‘에어비앤비’”라며 “토지 소유주는 쓰지 않는 땅을 플랫폼에 등록하고 토지를 빌린 임차인은 세컨드하우스(모듈러 주택)를 지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금융기법도 융합해 월 최저 66만원(60개월 기준)에 가전 가구 등을 모두 갖춘 세컨드하우스를 보유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농지 외에는 거래가 거의 없는 국내 토지 임대차 시장을 활성화하고 싶어 오픈스페이스를 내놓았다고 했다. 출시 한 달 만에 괜찮은 땅이 많이 등록됐다. 다음달 경기 남양주에서 모듈러 주택 첫 시공을 진행할 예정이다.

축적된 기술력으로 기업 간 거래(B2B) 사업 분야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동산 가치 평가 모델인 ‘AVM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올 초 출시한 이 서비스는 주로 금융기관이 경매 등을 통해 담보채권 회수 가능성을 따지는 데 활용되고 있다.

토지는 인근에 비슷한 거래가 없고 모양, 용도, 도로 유무 등 사례가 제각각이라 데이터만으로 가치를 따지기 어렵다. 밸류맵의 AVM 기술은 실제 토지의 형상과 모양을 인식해 평가한다. 실거래가와 비교했을 때 90%의 예측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매수자와 매도자, 중개사를 연결하는 ‘매칭 프로그램’도 중개업계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 1222건에 불과했던 중개 성공사례는 올해 4644건으로, 2년 새 4배 가까이 늘었다.

김 대표는 토지와 건물이 ‘부드럽게’ 거래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덩치 큰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 쪼개서 유동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밸류맵이 토큰 증권발행(STO) 사업을 준비 중인 이유다.

그는 “STO는 누구든지 내 자산을 증권으로 만들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게 매력”이라며 “STO 사업에서도 ‘기업구조조정형 토큰 증권(CR-STO)’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R-STO는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한 후 재임대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다만 현행 자본시장법이 개정돼야 한다. 김 대표는 “프롭테크 목적은 부동산의 원활한 유통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토지와 건물 거래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다양한 상품과 거래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명현/심은지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