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병 난 줄 알았는데…혀 절반 잘라야 한다고요?" [건강!톡]

입력 2024-07-22 10:05

보통 암이라고 하면 백혈병을 제외하고는 노인에게서 잘 생기는 병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대부분의 암은 흡연이나 음주 등 발암물질에 오랜 기간 노출된 중년 이상의 연령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혀에 생기는 설암은 비교적 젊은 층인 30세 이전의 연령대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특히 설암은 구강 내 궤양으로 착각하기 쉬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승훈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혀는 음식의 맛과 온도, 촉감을 감지하며 음식을 뭉쳐 삼킬 수 있게 하는 매우 유연한 근육질의 장기로, 입안에서 암이 생기는 흔한 부위 중 하나다"라면서 "설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두경부암 중 증가 폭이 매우 큰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규 두경부암 환자 수는 2017년 3만2147명에서 2021년 4만1460명으로 29% 증가했지만, 설암 환자 수는 2017년 748명에서 2021년 993명으로 33% 증가했다. 이는 환자 수가 적은 구순암(입술암)을 제외하면 두경부암 발생 장기 중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특이하게도 설암은 젊은 연령층에서도 신규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 신규 설암 환자 중 20~30대가 80명으로 8%를 차지했다. 20~50대 신규 설암 환자는 46%로 전체 환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환자가 60대 전이었다.

한 교수는 "설암의 초기 증상은 원형으로 하얗게 괴사가 일어나는 염증성 궤양, 두꺼운 백색 반점이 생기는 백색 백반증, 붉은 반점 등이 있다"면서 "설암의 절반 이상은 종양이 혀의 측면에서 발생하며, 초기에는 통증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종양이 혀 신경 주변까지 침습하게 되면 심한 통증이 유발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구내염과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은 설암을 초기에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구내염은 과도한 스트레스나 피로로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물리적인 자극으로 상처가 나며 세균에 감염됐을 때, 자극적인 음식이나 알레르기 반응으로 생길 수 있다.

한 교수는 "구내염은 대부분 1~2주 이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이러한 증상이 3주 이상 없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병변이 더 커진다면 설암을 의심해봐야 한다"면서 "설암은 구내염과 비교해 병변의 범위가 넓고 출혈이나 통증이 지속될 수 있으며, 목 주변 림프절로 전이되기 쉬워 턱밑이나 목 옆부분에 단단하게 만져지는 종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설암으로 진단되면 영상검사 등을 통해 주변 조직의 침범 정도와 전이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 치료는 주로 종양 주변의 정상조직을 포함해 병변을 완전히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설암은 목 주변 림프절로 잘 전이되는데, 이 경우 병변의 두께에 따라 목 주변 림프절들을 같이 절제하는 수술이 요구된다. 병변의 절제 범위에 따라 혀의 절반 이상을 절제해야 할 경우 손목이나 허벅지의 피부와 근육을 이용한 재건술을 받는다. 수술 후에는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방사선 치료나 항암화학요법이 추가될 수 있다.

설암은 치료가 까다로운 암이지만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받으면 혀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암이 빠르게 전이돼 완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초기 증상을 잘 살피고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즉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한 교수는 "설암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흡연과 음주를 줄이고 충치 및 치주질환 예방, 구강 청소 등 철저한 구강위생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7월 27일 세계 두경부암의 날을 맞아 설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