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가 내는 전기료가 지난 3년간 15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한국전력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2021년 이후 일곱 번에 걸쳐 전체 산업용 전기요금을 63.3% 올린 영향이다. 이로 인해 3년 전만 해도 미국, 중국보다 저렴했던 한국의 전기료는 이제 30% 이상 높아졌다. 높은 법인세율, 과도한 규제, 적은 인센티브에 이어 급격하게 오른 전기료도 기업의 ‘탈(脫)한국’을 부르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경제인협회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의 연간 전기료는 2020년 25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41조6000억원으로 15조9000억원 늘었다. 제조기업에 적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0년 12월 ㎾h당 94.0원에서 작년 11월 153.5원으로 63.3%(계약전력 300㎾ 이상 기준) 올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가정용 전기요금은 38.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번 조사는 공장 증설 등 전기 사용량 증가에 따른 착시를 없애기 위해 2022년 사용량을 기준으로 2020년과 2023년 연간 전기료를 추산했다.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국 제조업체의 전기료 부담은 미국 중국보다 높아졌다. 2021년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94.3원으로 미국(평균 99.8원) 중국(114.7원)보다 낮았지만, 작년 말에는 한국(153.5원)이 미국(112원) 중국(116.6원)보다 30% 이상 높았다.
업계에서는 ‘저렴한 전기료’와 보조금을 찾아 말레이시아, 미국 텍사스주 등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기업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우섭/성상훈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