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우간다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4000여 명의 의사를 양성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의료체계가 정착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습니다.”
제12회 JW성천상 주인공인 유덕종 에티오피아 세인트폴병원 밀레니엄의대 교수(사진)는 22일 전화인터뷰에서 수상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92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1기 정부 파견 의사로 우간다에서 활동을 시작해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란드) 에티오피아 등 의료 불모지에서 33년 동안 의료봉사를 해왔다. JW성천상은 성천 이기석 JW중외제약 창업주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올해 12회를 맞았다.
유 교수는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내과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는 “학창시절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아프리카에서 의사로서 봉사활동을 하면 보람이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결정했다”고 했다. 당시 아프리카의 의료체계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그가 처음 정착한 우간다는 경제 사정이 나빴다. 우간다 최대 국립병원인 물라고병원조차 인슐린 수액 등 기본적인 의료 물자도 제대로 조달하지 못했다. 유 교수는 “병원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충분히 살릴 수 있는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죽어가는 환자들을 지켜봐야 했다”고 회상했다.
물라고병원은 각국의 원조와 유 교수의 노력이 더해져 아프리카에서 손꼽히는 전염병 분야 의료기관이 됐다. 그는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유 교수가 키워낸 수천 명의 의사는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 의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는 “제자들이 보건부 장·차관, 병원장 등이 돼 우간다 의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세부 전문의를 양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 교수는 경북대병원과 자매결연을 하고 제자들을 보내 전문의와 박사학위를 따는 과정을 개설했다. 그는 “대부분의 아프리카 지역은 세부 전문의가 없어 모든 분야가 밑 빠진 독과 같은 상황”이라며 “조만간 감염병 관련 전문의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한국에서 양성한 의사들이 도움이 절실한 중·저소득 국가에 많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