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엔비디아는 어떻게 '갓비디아'가 되었는가

입력 2024-07-21 17:30
수정 2024-07-22 00:07

최근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이 놀랍다. 최근 1년간 세 배 가까이 오른 주가는 세계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의 차트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한 상승세다. 이 같은 엄청난 성공은 기존 글로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혁신 기업의 성공 방정식과는 다르다.

혁신은 두 가지 형태로 발생한다. 하나는 기존 체제를 갑작스레 무너뜨리는 ‘단속적 변화’다. 단속은 영어 단어로 ‘punctuated’다. 마침표를 찍는다는 의미다. 애플의 아이폰, 테슬라의 전기차,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파괴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기존 시장의 게임 플랜을 종료시키며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시장의 지배자로 등장했다.

단속적 변화에는 독특한 성품을 지닌 불세출의 혁신 리더들이 자주 등장한다. 스티브 잡스,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21세기 기술 혁신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야생마 같은 혁신 리더들의 남다른 창의성과 때로는 독불장군식 리더십에 힘입은 바가 크다.

반면 ‘지속적 변화’를 통한 혁신도 있다. 오랜 기간 작은 개선이 누적되다가 큰 돌파구를 열어내는 방식이다. 도요타의 혁신적 생산 시스템인 ‘적시 생산’, 지속적 개선을 의미하는 ‘가이젠 경영’ 등이 지속적 변화를 통한 혁신 사례로 꼽힌다. 지속적 변화에는 두드러지는 주인공이 없을 수 있다. 구성원 개개인의 조직에 대한 헌신과 업무에 대한 몰입 그리고 그런 이들로 이뤄진 고성과 조직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작은 개선의 지속적 축적만으로는 혁신에 이르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혁신은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플랫폼에서만 등장할 수 있으며, 작은 개선은 단속적 변화 이후의 세부 조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도요타식 혁신은 기존 자동차 생산 체계를 개선한 것에 불과하며, 로봇을 도입해 놀라운 생산성을 보여주는 테슬라의 기가 팩토리가 진정한 혁신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속적 변화가 혁신을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직변화 이론에 공백이 있었다.

그런데 엔비디아가 보여준 성공이 지속적 변화를 통해 혁신이 가능함을 입증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게임용 그래픽 카드를 공급하는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인텔이라는 반도체산업의 거인에 맞서며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틈새시장에서 생존해왔다. 엔비디아는 올 1분기 매출 총이익률이 78.4%에 달했다. 이런 기록적인 실적에 크게 기여한 GPU 모듈 ‘H100’과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플랫폼 ‘쿠다(CUDA)’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그래픽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오랜 시간 시장의 피드백을 받으며 진화해오다가 챗GPT가 쏘아 올린 인공지능 시대를 만나 로켓 쏘아 올리는 속도처럼 급성장했다.

지속적 변화가 혁신으로 이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권위 있는 경영학 저널인 ‘아카데미 오브 매니지먼트 저널(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의 2007년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돈데 애시모스 플라우맨과 동료들의 연구를 참조해볼 만하다. 작은 변화들을 축적해 혁신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증폭 메커니즘’으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꼽는다. 엔비디아가 기존 혁신기업들과 차별되는 지점은 바로 인재경영에 있다는 것이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비전 제시와 경영자 존재감, 이런 비전을 구성원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센스 메이킹, 지적 솔직함이라는 핵심 가치에 대한 천착, 수평적인 조직 설계와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직원몰입 인사제도 등 엔비디아는 인재경영의 교과서와 같은 기업이다.

사실 단속적 변화는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 하나의 혁신 주기가 지나면 새로운 파괴적인 혁신을 계속 내기 어렵다. 반면 엔비디아처럼 작은 변화를 증폭해 이뤄낸 혁신은 지속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인재경영을 통한 혁신의 문화가 조직 내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지속적 변화로 혁신에 성공한 사례로, 향후 인재경영 방식의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